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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내용 왜 안 알려주나"

Posted February. 21, 20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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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해자는 답답하다. 범죄 피해를 당해 고소를 해서 수사가 이뤄져도 수사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인권에 비해 피해자의 권리 보호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표적인 경우가 범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례=서울에 사는 P 양(17세)은 2000년부터 친아버지에게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P 양은 지난해 12월 아버지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검찰은 올해 2월 7일 아버지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보낸 사건처리 결과 통지서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구속 구 공판(피의자를 구속 상태에서 법원의 재판에 넘기는 것)이라는 다섯 자만 찍혀 있었다. P 양 측은 수사 결과가 담긴 공소장을 복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불()허가란에 도장이 찍힌 답변만 받았다.

경기 군포시 모 고교에 다니던 C 군은 지난해 4월 교사의 체벌을 두려워하다가 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그의 가족은 교사를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해당 교사의 처리와 관련해 일부 고소 내용에 대해서는 기소하고, 일부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다는 짤막한 통지를 해왔다. C 군 가족은 정확한 수사 결과가 궁금해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공소장 복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당일 불허가 처분을 받았고 그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받지 못했다.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던 H 씨(27여)는 지난해 4월 모 방송사 아나운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가해자를 고소했다. H 씨는 검찰로부터 가해자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통보만 받았다. H 씨는 올해 2월 고등검찰청에 항고하면서 수사를 한 지방검찰청에 사건기록 등을 복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위의 세 사건 고소인들은 22일 검찰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기로 했다. 검찰의 사건기록 복사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다.

범죄 피해를 당해 고소를 했지만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어떤 법을 적용했는지 알 길이 없어 더 억울하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형사소송법은 고소사건을 처리한 뒤 7일 이내에 고소인(피해자)에게 서면으로 처분의 취지를 알려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법 규정의 취지를 좁게 해석해 극히 제한적으로 내용을 통지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피의자를 구속기소할 경우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구속 구 공판이라는 말로 간략하게 통보해 준다. 공소장을 복사해 달라고 해도 피의자(피고소인 또는 가해자)의 인권 보호를 내세워 거부한다.

피의자를 불기소할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의 별도 규정에 따라 불기소 이유를 설명해 주기는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수사 기록 등은 볼 수 없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범죄 피해자는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이 종결되고 범죄인이 석방되는 실정이라며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 주고 상처를 이해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두 달 뒤 범죄 피해자 기본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은 피해자가 원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수사, 재판, 형 집행 상황 등을 일일이 국가가 통보해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담겨 있는 공소장을 받아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의자의 인권 침해 우려가 있어 기본법이 제정되더라도 사건 기록 등을 피해자에게 복사해 주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우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