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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래서는 의회정치 설 자리 없다

Posted January. 02, 20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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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같은 당 이부영 의장과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인책론도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당내 강경파의 압박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은 통과됐지만 지난 연말 의회정치는 실종됐다. 여야의 쟁점법안 협상은 합의와 번복의 연속이었다. 4인회담, 원내대표회담 등에서 합의한 안()을 의원총회가 거부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첨예하게 맞섰던 국보법 문제만 해도 국회의장과 여야 중진이 어렵게 중재안을 마련한 만큼 따르는 게 순리()였다. 온 나라를 분란에 빠뜨려 온 사안을 정리하고 새롭게 나갈 수 있었는데 여당 의총이 거부하면서 기회를 잃었다.

의회정치의 기본은 협상과 타협이다. 특히 여당은 야당에 협상 보따리를 푸는 입장이다. 4인회담에 앞서 여당 의장도 집권당은 주러 가는 것이지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보했다고 합의를 뒤집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협상과 타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래선 의회정치가 존립할 수 없다.

여든 야든 당내 강경파가 문제다. 합의안 뒤집기는 물론 밀어붙이기, 막말과 폭로, 멱살잡기 등 낡은 정치의 중심에 그들이 있다. 당내 이견() 하나 조정하지 못한 채 강경파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도 심각한 문제다.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 민생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이념 싸움만 부추기는 강경파 대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건파가 힘을 얻어야 한다. 협상 테이블의 수시 가동()과 결과에 대한 존중은 기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상생과 연대, 양보와 타협은 당장 국보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남은 3개 쟁점법안 재협상 과정부터 적용돼야 한다. 민생 경제의 실종 속에 국민의 삶은 고단하다. 강경파는 국민의 눈을 두려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