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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2004

Posted December. 27, 20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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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눈과 귀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자주 모아졌고 그만큼 파장이 큰 판결과 결정도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수도 이전 논란, 국가보안법 및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까지 첨예한 문제들이 모두 이곳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법조인들은 대체로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법의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법의 지배 확립을 위한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주요 이슈들이 법정 판결로 해결됐다는 것은 사회 각 분야가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헌재는 5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2개월 동안 권한정지 상태에 있던 노 대통령은 헌재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탄핵심판 자체는 기각하면서도 헌법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대통령이 헌법을 경시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인 만큼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탄핵은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이 충돌한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헌법재판 제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헌재는 10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특별법은 효력을 상실했고 정부의 수도 이전 추진도 무산됐다.

이 결정에서 헌재는 처음으로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했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관습헌법을 둘러싼 법리적,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충청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진통이 계속됐다.

국보법 논란=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보법 개폐 논란이 뜨거웠던 8월 대법원과 헌재에서 국보법의 합헌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판결과 결정이 잇따랐다.

국보법상 찬양고무죄 조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1991년 국보법 개정 이후 법이 다의()적으로 해석되거나 광범위하게 적용될 우려가 없어졌다며 합헌결정을 했다.

대법원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 등에 대해 실형을 확정하면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사라졌다거나 국보법의 규범력이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고법은 7월 국보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5월 종교적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한 정모 씨(23) 등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7월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 최모 씨(23)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하면서 논란을 끝맺었다. 당시 일부 대법관은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헌재도 8월 병역법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 같은 취지로 합헌 결정을 했다.

불법대선자금 관련 판결=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국민의 박수를 받았지만 항소심 법원에서 검은돈을 받은 정치인들의 형량이 크게 낮춰지면서 양형() 바겐세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징역 3년에서 1년으로,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도 징역 2년 6개월에서 1년으로 항소심 선고 형량이 줄었다. 서정우(1심 징역 4년) 변호사와 김영일(1심 징역 3년 6개월) 전 사무총장은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년, 이상수(1심 징역 1년) 전 의원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업무상 배임죄 적용 신중해야=대법원은 8월 한보, 삼미 등 부실기업에 거액을 지급보증해 줘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전 대한보증보험 간부들에 대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업무상 배임죄는 판단 경위와 상황, 결과를 모두 검토해 적용해야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 경영실패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이 판결은 기업인들 사이에서 올해의 판결로 꼽히고 있다.



이상록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