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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옛모습

Posted December. 02, 20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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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농촌에서는 겨울 문턱에 다다른 이맘때면 집집마다 초가지붕 갈이를 하느라 마을마다 분주했다. 초가지붕은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한, 소박한 건축재료 중 하나였다. 그 위에 달덩이처럼 둥근 박이 탐스럽게 여물어 가고 빨간 고추가 햇볕을 받아 더욱 붉게 타들어 가는 정겨운 풍경도 있었다.

요즘 한국 민속촌에 가면 지금은 사라져 버린 초가지붕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초가지붕갈이 민속체험행사를 통해 옛 정취를 재현하고 있는 것. 이곳에 가면 짚으로 이엉 엮기를 비롯해 용마름 틀기, 벗겨낸 헌 지붕에서 굼벵이 잡기 등 이색체험을 할 수 있다.

민속촌의 겨울나기 채비

여보게! 낼 저녁에 일 없으면 우리 집에 와서 날개 엮세!

벌써 날개 시작하는감?

저녁 일찍 먹고 오게, 참은 준비해 놓을 테니까.

수십 년 전 초겨울 무렵 농촌에서 흔히 주고받던 말이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촌 사람들은 겨울나기 집 단장에 들어간다. 새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잇고 창호지도 새로 바른다. 이엉은 초가지붕 전체를 덮어 주는 짚 묶음. 지역에 따라 영애, 날개라고 한다.

창호지 바르는 것은 금세 끝나지만 지붕을 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동네 남정네들이 함께 모여 이엉 엮기를 했다. 마당에 모여 함께 엮다 보면 주인집에서는 참으로 국수를 삶거나 막걸리와 술국을 차려 낸다. 이렇게 겨울채비를 마치면 노르스름한 초가지붕 집은 북풍이 무섭지 않을 만큼 포근하고 넉넉해진다.

이엉도 엮고 허수아비도 만들고

민속촌에 있는 다양한 서민가옥과 양반가옥, 관아를 비롯해 서당, 한약방, 서낭당 등 전통가옥 중 초가집은 270여 채.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초가지붕 갈이는 12월 하순까지 이어지는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민속촌 안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있는 초가집 앞마당에 짚이 널려 있고 노인들이 바삐 움직인다. 바로 초가지붕갈이 상설체험장이다.

짚단 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할아버지의 날렵한 손놀림을 따라 짚을 움켜쥐고 이엉 엮기에 도전하는 사람들. 차가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어 가며 이엉을 엮는 이들은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에 추위도 잊는다. 자녀에게 짚이며 초가지붕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젊은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그 옆에서는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기도 한다.

이엉은 무엇보다 짚을 고르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엉 굵기가 다르면 지붕모양이 매끄럽지 못하고 가는 부분은 나중에 썩기 쉽다. 이엉 한 장 길이는 5m 정도. 한 켜 한 켜 지붕을 덮는데 웬만한 초가지붕 하나에 70장이 필요하다.

이엉으로 초가를 모두 덮은 후에는 지붕 꼭대기 가운데 부분을 용마름으로 마무리해 준다. 짚을 삼각형으로 엮어 씌워 빗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한다. 다른 쪽 초가집에서는 헌 지붕을 걷어내 굼벵이를 잡는 체험도 진행된다. 묵은 초가지붕의 썩은 볏짚 안에서 매미의 유충인 굼벵이가 꿈틀댄다. 색깔이 하얗고 투명해 언뜻 징그럽지만 아이들은 신기한 듯 들여다본다. 또 몸에 좋다는 이유로 어른들에게도 굼벵이 잡기가 인기다. 굼벵이는 잡는 만큼 가져갈 수 있다.

이엉을 엮고 굼벵이를 잡다 보면 어느새 배가 출출해질 터. 뜨끈한 국밥, 장터국수, 빈대떡 등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터마당은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시골장터 같아 여행의 흥을 돋워 준다. 장터 옆 흙담 곳곳에 부녀자를 희롱하고 재물을 강탈한 중죄로 현상수배된 험상궂은 점박이 남자 초상화가 붙어 있는 모습도 재미있다.

민속촌은 구석구석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유기의 고장으로 유명한 안성의 쌍둥이 형제가 50여년간 이어오고 있는 유기공방도 그중 하나. 손가락 굵기의 놋쇠뭉치가 이들의 손을 거쳐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매끈한 수저로 변신하는 모습은 신기하다.

알록달록 동화나라 같은 가족공원

사극영상관에는 30년간 민속촌에서 촬영한 사극의 대표의상 및 소품, 유명사극 명장면을 구경하고 폐가 체험, 옥사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민속촌 광장에서는 널뛰기와 줄넘기를 할 수 있다. 공중 줄타기와 추억의 마술 공연, 9개국 작가 15명의 작품을 전시한 조각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마지막으로 또 하나. 민속촌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은 바로 가족공원이다. 3만여 평의 터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원은 마치 동화 속 나라 같다. 알록달록 원색의 옷을 입은 예쁜 건물, 물줄기가 그림처럼 퍼져 나오는 앙증맞은 분수대, 화사한 플라워 가든. 천천히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이색적인 공간이다. 한국 민속촌 031-28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