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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민구장

Posted October. 31, 200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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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 구장에서 400피트를 나는 공은 마일하이(mile high) 덴버에서는 440피트 납니다. 희박한 공기는 커브볼을 덜 비틀고 강속구를 6인치 더 띄울 것입니다. 자아, 어깨 받침대를 꽉 조이고 손잡이 대를 꼭 잡고 여행을 즐기세요.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구장 쿠어스필드(Coors field)의 안내문이다. 구장의 관람석 20번열은 360도를 빙 둘러 자주색으로 칠해 여기가 해발 1마일의 고도임을 알린다. 고산지역의 가벼운 공기와 낮은 습도 때문에 이곳은 투수의 무덤으로 악명 높다. 1년에 다른 구장의 두 배 가까운 300여개의 홈런이 날고 평균 스코어는 8-7이다.

1967년 내셔널리그(NL)는 10개 구단을 12개로 확대할 것을 발표했다.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 함께 덴버 시민들도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주자는 배너를 나눠주며 프랜차이즈 유치 캠페인에 들어갔다. 그런데 NL 구단주들은 보다 많은 관객 수입을 보장할 대규모 구장을 갖춘 도시를 선호했다. 이에 시장은 덴버 메트로폴리탄 6개 군에 1년 동안 판매세를 1% 올려 구장 건설 재원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그러나 시민의 60%가 반대해 NL 프랜차이즈는 샌디에이고와 몬트리올로 넘어가고 말았다.

1990년 NL은 다시 2개 팀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얼마나 기다리던 기회였던가. 덴버 시민의 압도적 다수가 찬성해 2억1500만달러를 들인 새 구장이 시() 부지에 들어섰다. 구장은 곧 엄청난 관중 동원 기록을 세우기 시작했다. 시민이 스스로 투표하고 부담해 탄생한 구장과 팀을 보기 위해 이후 3년 동안 주말, 주중을 가릴 것 없이 5만여 관중이 모든 좌석을 메운 것이다. 다른 구장이 연 200만명 유치에 애를 먹을 때 로키스 구장에는 450여만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지난달 보스턴 레드삭스는 양키스에 3연패 후 4연승하고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해 극성스러운 보스턴 팬을 열광시켰다. 한국시리즈는 3차례나 무승부를 만드는 기괴한 기록 속에 아직 혈투 중이다. 대중이 외면하며 성공하는 스포츠는 없다. 어디 스포츠뿐이겠는가.

김영봉 객원논설위원중앙대 교수경제학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