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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이 휴가지에서 읽고 싶은 책

Posted July. 09, 2004 22:30,   

강금실법무부 장관=올여름 휴가 때 내가 읽을 책은 카를 융의 인간과 문화(솔 출판사)다. 융이 쓴 논문 묶음인 이 책은 선과 악, 죽음, 결혼과 관계, 여성, 양심, 인격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평소 내가 관심을 많이 갖는 주제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이라든가 영혼, 인간의 형상, 그리고 사회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김어준딴지일보 대표=히틀러 평전 1, 2(요아힘 페스트 지음푸른숲)를 읽겠다. 역사는 수없이 많은 인과가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결과다. 그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변수의 일부지 홀로 역사 전체를 결정할 순 없다. 하지만 히틀러의 경우는 예외다. 시대가 그에게 미친 영향 이상으로 그가 시대를 결정했다. 그는 시대와 인간이 부적절하게 결합할 때의 파괴력을 보여 주는 최상의 본보기다.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그 결합의 디테일이.

김제동방송진행자=이외수 선생의 신간 에세이집 바보바보(해냄)를 읽을 계획이다. 예전부터 이외수 선생의 팬이었다. 어려운 성장과정이나, 평범하지 않은 생김새, 외모보다 내면성을 중시하는 인품 등이 친근하게 다가와서일까. 가수 윤도현 선배의 소개로 얼마 전 직접 뵈었는데 이번에 새 책이 나왔다며 보내 주셨다.

박근혜한나라당 전 대표=사기 육도삼략 손자병법을 정리한 중국 고전인 중국 3천년의 인간력(모리야 히로시 지음청년정신)을 통해 인간을 배우고 싶다. 도요타 방식(제프리 라이커 지음가산)은 도요타의 가장 큰 경쟁자는 도요타 자신이라는 경영철학이 마음에 와 닿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끊임없는 개선을 추구하는 도요타의 14가지 경영원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박민규소설가=하워드 블룸이 지은 루시퍼 원리(파스칼북스)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인간은 대체 왜 이럴까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들게 됐다. 소설가 김영하씨가 내게 권한 만화 열네 살 1, 2(다니구치 지로 지음샘터)도 휴가 때 한번 더 읽고 싶다. 평범한 회사원이 갑자기 술에서 깨어나니 열네 살 때의 자신으로 돌아가 있었다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얘긴데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한다.

박성수이랜드 회장=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의 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의 자기경영노트(한국경제신문사)와 21세기 지식경영(한국경제신문사)을 다시 읽고 싶다. 앞 책은 1966년, 뒤의 책은 1999년에 나와 33년의 격차가 있지만 두 책은 사실 한 세트와 같다. 특히 21세기 지식경영의 5, 6장은 21세기에 지식근로자들이 성공하는 데 꼭 필요한 조언을 담고 있어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신경숙소설가=책을 정해 놓고 읽기보다는 눈에 띄는 대로 읽는 편인데, 가끔씩 심심하면 뒤적거리게 되는 식물의 사생활(데이비드 애튼보로 지음까치)과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가지(이유미 지음현암사)를 다시 읽어 보려 한다. 우리 나무 백가지를 알게 되면 친구를 100사람 아는 것과 같고, 식물의 의사소통을 알게 되면 커다란 마당을 하나 갖게 되는 것과 똑같지 않을까.

안경환서울대 법대 교수=정수일의 역주로 발간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학고재)을 정독할 생각이다. 행여 내가 스쳤던 땅들에 대한 감상도 견주어 볼 수 있지 않을까. 1300년 전에 남긴 5000여 글자를 500여 쪽으로, 그것도 정밀하게 늘리는 지식의 체계에 경탄하는 것만으로도 값진 여름 양식이다. 여력이 나면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민음사)을 별미로 들어 볼까 한다.

안철수안철수연구소 대표=이원복 교수의 시리즈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는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료를 던져 주는 책이다. 특히 한국 편은 우리나라를 먼 나라처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문화에 대한 비평서라 할 수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창해)의 저자는 중동과 월스트리트라는 상반된 두 영역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연결고리를 발견해 그 개념을 정립한 21세기형 전문가다.

이경숙숙명여대 총장=목적이 이끄는 삶(릭 워렌 지음디모데)과 다음 세대의 날개(한홍 지음비전과 리더십)를 다시 읽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목적은 인생의 성공 여부는 사명의식에 달려 있다는 점을 알려 주는 책이다. 목사이자 대학 교수인 저자가 쓴 다음 세대는 교육이 우리의 꿈이며 모든 사람이 희망과 비전을 갖고 이를 실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희망적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