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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이라고 호루라기만 부는 정부

Posted March. 25, 2004 22:43,   

교통경찰이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보고 호루라기만 불 뿐 위반 행위 자체는 방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호루라기를 불어 법 위반이라고 알려주었으니 할 일 다 했다는 듯한 태도다. 교통경찰을 정부로 바꾸면 요즘의 시국 상황과 거의 들어맞는다.

특히 총선 및 대통령 탄핵문제와 관련된 집단행동의 위법 부분에 대해 정부가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 태도를 보인 탓에 법의 권위가 더욱 무너지고 불법이 조장되는 형국이 됐다. 엄연히 공무원 신분인 사람들이 공무원법 또는 교원노조법에 금지된 집단행동을 하거나 정치적 시국선언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민노당 지지를 선언한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지도부를 고발하고 전교조 시국선언 주도자에 대해서도 고발 및 징계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정부가 엄정하게 대처하지 않아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법을 지켜내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과 외국인의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월 2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탄핵 관련 집회를 중지시켜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그동안 탄핵반대 집회에 대해 집시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도 집회 자체는 계속 열게 내버려 두었다. 군중이 많이 몰리던 초기에 강제 해산시키는 데 따르는 후유증을 걱정한 것은 이해되지만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까지 불법 상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호루라기만 불고 말 일이 아니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의 공명선거 실천 의지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시민단체들도 충분히 의사를 표시한 만큼 이제 거리 집회를 끝내 달라고 한 사회 원로들의 호소에 응할 때가 됐다. 탄핵 찬반 의사 표시는 자유롭게 해야 하겠지만 거리의 선거운동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