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를 뿌리 뽑기 위해 유엔이 마련한 국제회의에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자국군의 희생을 감수하며 대()테러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에 대한 옹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회의에 참석한 20여개국의 국가원수 및 행정수반과 외무장관, 테러전문가, 테러희생자 유족 등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한목소리로 군사력을 앞세운 강압통치가 테러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이 국제회의는 유엔총회 개최 기간인 22일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과 셸 망네 보네비크 노르웨이 총리의 공동 제안으로 열렸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에서 테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전제하고 테러에 대한 대응은 이성에 바탕을 둬야 하며 근본원인 제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군사력만이 테러를 격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자신을 기만하는 행동이라고 미국의 강경파를 겨냥했다.
보네비크 총리도 테러와의 싸움은 군사력 사용이나 (테러범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한다며 미국의 대테러전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미국에 협조한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슬람 신도들 사이에서는 이슬람 자체가 공격 목표가 됐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삼으려는 서방의 일부 기류를 우려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체첸 테러리스트 진압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미국의 대()테러전은 묵인 또는 지원하는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반전축()의 선봉에 섰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한 나라가 외국의 점령 하에 들어가면 테러리즘은 자유를 위한 투쟁을 상징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둘도 없는 우방이면서도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서는 거리를 두어온 캐나다의 장 크레티앵 총리는 아무리 강력한 나라라도 홀로 테러리즘을 물리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며 자신의 힘을 다른 이들을 모욕하는 식으로 과시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미국 대표로 참가한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위원장은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의 결합을 우려하면서 이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헌신이 필요하다며 각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홍권희 koniho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