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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투런 "아듀 슬럼프"

Posted May. 14, 2003 22:33,   

2회 홈런을 쏘아올린 최희섭은 3회 직선타구를 날렸지만 상대 우익수의 호수비로 아쉽게 물러났고 7회엔 몸에 맞는 공으로 베이스를 밟았다. 최희섭은 9회 초 선두타자로 나가 2루타를 추가했다.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최희섭을 필두로 13안타를 터뜨린 시카고 컵스는 7-2로 대승했다.

최희섭은 이로써 코리 페터슨과 함께 팀내 홈런 공동 1위가 됐고 19타점 21득점에 타율도 0.247에서 0.249로 끌어올렸다.

딱하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뻗어나간 이날 홈런은 최희섭이 올 시즌 터뜨린 7개의 홈런 중 최장거리. 최근 원정 3경기에서 11타수 1안타의 빈타에 그치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최희섭에게 이날 터뜨린 홈런과 2루타는 4월의 뜨거운 방망이를 재현하는 신호탄이다.

경기 직전 타격부진의 원인을 알았다. 그 해결방법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고 말한 최희섭은 타석에서 종전의 기마자세 타격폼 대신 꼿꼿이 섰고 오른발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웠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최희섭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방망이를 자꾸 치켜드는 불필요한 동작을 했는데 이날 경기에선 전혀 볼 수 없었다. 배팅이 훨씬 간결해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적극성. 2회 홈런을 때려낼 때 최희섭은 상대 선발투수 루벤 퀘베도의 초구부터 노렸다. 3차례 연속 파울로 2스트라이크 노볼의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시속 145km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했다. 좋은 볼이 오기만 기다리던 슬럼프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

최희섭은 인상적인 수비까지 보여줬다. 4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병살플레이 때 2루수의 높이 뜬 악송구를 무난하게 잡아냈고 5회말에도 불규칙 바운드를 매끄럽게 처리했다.

최희섭은 이날 공수에서 모두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줌으로써 에릭 캐로스와의 선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전 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