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옆에서 작업 중이던 대형 크레인이 달리던 열차와 충돌하는 바람에 열차 승객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이 열차에는 600여명이 탑승했고 사고지점도 교량 위여서 열차가 궤도를 이탈했을 경우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날 사고 역시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공사장 안전불감증이 빚은 또 하나의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사고 발생=12일 오전 8시37분경 경남 양산시 물금읍 호포리 양산천 위를 지나는 호포철교에서 대구기관차사무소 소속 부산발 서울행 210 무궁화호 열차(기관사 이상만44) 위로 대형 크레인의 붐대(크레인의 본체에 달려 작업을 하는 타워)가 충돌했다. 이어 부러진 붐대가 뒤쪽 객차의 천장과 창문을 뚫고 객차 안으로 들어가 피해가 커졌다. 열차(객차 11량)에는 610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1호 객차에 타고 있던 서상덕군(19성균관대 1학년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이 숨졌으며 같은 객차에 있던 공재은양(19대구가톨릭대 1년부산 금정구 부곡동) 등 승객 8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서군과 나란히 앉아있다 부상한 문석갑씨(52대구 달서구 유천동)는 호포역에서 출발한 뒤 1분쯤 지났을 때 쾅하는 굉음과 함께 크레인의 철제 타워와 열차 유리창 파편이 한꺼번에 객실 안으로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서군은 창문을 뚫고 들어온 크레인 붐대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고 많은 승객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고 설명했다.
원인=이날 사고는 철길과 3m 거리를 두고 경부선 물금화명간 호포지하도 신설공사에 투입된 경기 성남시 분당 S사 소속 64.4t 크레인 운전사 장모씨(52)가 작업을 위해 24m 가량의 붐대를 철길 쪽으로 회전하는 순간 마침 이곳을 지나던 무궁화호 열차와 충돌해 일어났다.
장씨는 이날 오전 공사 차량의 통과를 위해 양산천에 임시로 설치됐던 가교용 철제 H빔을 철거하는 중이었다.
크레인이 서 있던 위치는 철길보다 10m 아래여서 크레인 운전사는 열차 통과 사실을 육안으로 볼 수 없었으며 당시 크레인 옆에 설치된 발전기 소음으로 열차의 접근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
크레인 운전사 장씨는 신호수가 열차 통과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붐대를 회전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호수인 박모씨(59)는 열차가 다가오는 것을 목격하고 수신호와 육성으로 크레인 운전사에게 알렸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수사=경찰은 공사감리 담당자가 경부선 상행선 쪽은 거리가 가까워 하행선 쪽으로 크레인을 회전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한 점을 중시하고 크레인 운전사의 부주의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안전관리 소홀이 드러나면 크레인 운전사 장씨와 H건설 현장소장 황씨 등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희생된 서군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했으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49)와 봉제공장에 다니는 어머니(48)에게 효성이 지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훈 정재락 manman@donga.com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