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 규모와 조성 경위=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현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에 건네진 돈의 규모는 5억달러. 이 가운데 2억달러는 2000년 6월13일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보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나머지 3억달러는 언제 어떻게 마련해 보냈는지 아직 안개 속에 덮여 있다.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냈다는 2억달러 역시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한 것일 뿐 계좌나 수표 추적을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알려진 것과 다른 메가톤급 사실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
나머지 3억달러의 경우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등 다른 계열사들의 해외 법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이미 불거져 있는 상태. 하지만 해외에서 이뤄진 금전 거래의 경우 계좌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검팀은 현대 계열사들의 재무제표나 해외법인 감사보고서 등을 입수, 간접적으로 돈의 흐름을 파악한 뒤 관련자들을 추궁하는 우회돌파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대북 송금액이 5억달러보다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송금 명목=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 확보에 따른 권리금이냐,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건네진 것이냐를 밝히는 것이 핵심. 당시 정부 및 현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현대의 대북사업 대가로 건네진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2억달러가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송금된 점, 송금 사실을 부인해 오던 관련자 대부분이 1월말 감사원의 산업은행 감사결과 발표 이후 입을 맞춘 듯 시인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대의 사업자금이 북한으로 건네진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당시 정권 핵심부가 현대를 창구로 북한에 남북정상회담 대가를 건넸는지 현재로서는 진상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수사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권 핵심부 역할=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현대의 송금과정에 국정원이 단순 편의를 제공한 것인지, 아니면 산은 대출과 환전, 송금 전 과정에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는 것도 수사의 핵심 중 하나. 당시 정권이 자금 마련과 송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질 경우 북한에 건네진 돈이 단순한 사업자금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록 길진균 myzodan@donga.com leo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