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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지역 귀경객 발이 안떨어져요

Posted September. 22, 2002 22:41,   

어머니를 모시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강원 강릉시 입암동의 고향집이 완전히 물에 잠겼던 한덕훈(38서울 동작구 사당4동)씨는 22일 오후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수해 이후 두번째로 찾은 고향집은 이제 겨우 물이 말라가고 있었다. 컨테이너집은 외로워서 싫다며 친척집을 전전하던 어머니 허순자씨(64)를 위해 습기와 냄새가 아직도 남은 집 안방에 새로 장판을 깔고 벽지를 발랐다.

한씨는 40여년 전 시집와서 이 집에서 계속 살아온 어머니에게 이제는 집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청했으나 어머니는 내가 가봤자 어디를 가겠느냐며 단호히 거절했다.

한씨는 세간이 모두 떠내려간 휑한 집에서 어머니가 혼자 주무시다 몸이라도 상하지 않으실지 걱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고향에서 한가위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온 대부분의 귀경객들은 피곤하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한씨처럼 수해지역이 고향인 일부 귀경객들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워 보였다.

추석 연휴를 컨테이너집에서 칠순 부모와 함께 보낸 정하광(39인천 남구 주안동)씨도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돌아왔다.

정씨는 지난달 31일 경북 김천시 대덕면 화전2리의 고향집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내려가 나흘간 복구작업을 돕기도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17일 다시 내려갔다.

부모가 기거하는 컨테이너집 생활은 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지하수를 길어다 먹어야 하는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화장실도 부족해 정씨는 아예 이번 귀성길에 이동식화장실을 사 가지고 갔다.

인천 부근의 한 공단에서 일하면서 혼자 살고 있는 정씨는 귀경길 내내 부모를 모실 여력이 없는 자신을 책망했다.

강원 양양군 서면 용천리가 고향인 박상수(37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닷새 동안 홀어머니(61)와 함께 컨테이너집에서 머물렀으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박씨는 새벽녘이 되면 쌀쌀해지는 날씨 때문에 돌아와서도 어머니의 몸이 상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동용 길진균 mindy@donga.com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