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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주 특별한 과학 에세이'

Posted February. 23, 2001 17:43,   

영국의 해안선은 길이가 얼마나 될까? 지리부도에 숫자가 나와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답은 무한대다. 지도에 나타난 해안선을 일일이 자로 재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길이가 나온다. 그러나 훨씬 정밀한 지도를 사용하면 사소한 굴곡까지 드러나고, 숫자에 넣어야 할 길이는 훨씬 늘어난다. 종내는 바닷물을 적시며 뒹구는 조약돌의 둘레까지 계산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 표면 또한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수없는 굴곡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과학은 언제나 TV 퀴즈 프로의 가장 중요한 메뉴다. 화학식이나 염색체 수를 놓고 점수와 상품이 오간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이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님을, 오히려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고도의 지적 게임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이론과 사실로 알기 쉽게 보여준다.

과학 칼럼니스트로 여러 매체에서 활동 중인 저자가 그동안 연재한 칼럼 중에서 27개의 주제를 엄선했다.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을 통해 저자는 새로운 과학적 지평이 가져다주는 사유의 게임에 독자가 동참하고 함께 이를 즐기도록 인도한다.

기사 서두에 제시한 프랙탈 기하학도 그 중의 한 예. 무한과 혼돈을 표현해 주는 프랙탈 기하학은 자연의 본질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이해하게 해주고, 지질학에서 생리학에 이르기 까지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저자가 크게 빛이 나지도 않는 과학 칼럼 집필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 장에 생각의 일단이 드러난다. 그는 신과학으로 포장된 반과학주의의 확장을 경계하면서 과학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저술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인식 지음/295쪽, 1만2000원/푸른나무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