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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이어 크레디트스위스… 선제적 리스크 관리 필요하다

SVB 이어 크레디트스위스… 선제적 리스크 관리 필요하다

Posted March. 17, 2023 08:31,   

Updated March. 17, 20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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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금융위기 공포가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새로운 진앙이다.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동시에 폭락하고, 신용등급도 금방이라도 떨어질 기세다.

세계 9대 IB 중 하나인 CS의 위기는 최근 연례 재무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점화됐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국립은행이 추가 유동성 지원 불가방침을 밝히자 하루 만에 주가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CS는 재작년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이 운영하는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실패로 7조 원 넘는 손실을 보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작년 말부터 고객들의 예금인출이 급증하고 있다.

CS의 위기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자산의 절반 이상을 투자했다가 금리상승에 따른 국채값 하락으로 파산한 SVB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불안감에 휩싸인 세계 금융시장은 작은 악재가 곧바로 현금인출 사태로 이어질 만큼 극도로 민감한 상태다.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하는 대형은행 CS가 파산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을 고객으로 했던 SVB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SVB 사태 발생 직후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했던 한국 금융당국은 이제야 국내 은행들에게 자기자본 확충을 요청하고 있다. 빌려줬다가 회수하지 못한 자산을 자체 자본으로 얼마나 벌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자기자본 비율의 경우 국내 은행들은 12.26%로 유럽연합, 미국 등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엔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어 이 비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미국, 유럽과 달리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막대한 가계부채 폭탄까지 짊어지고 있다. SVB를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하게 만든 ‘디지털 뱅크런’의 경우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된 한국에선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등을 대상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서둘러 시행해 선제적으로 충분한 자본을 쌓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융회사들 역시 무리한 배당, 임직원 성과급 지급 등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