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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 커지는 사찰 의혹, 공수처 어물쩍 넘길 생각 말라

일파만파 커지는 사찰 의혹, 공수처 어물쩍 넘길 생각 말라

Posted December. 30, 2021 08:29,   

Updated December. 30, 20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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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 105명 가운데 70여 명에 대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의 통신자료도 조회했다. 기자,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에 이어 야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대규모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통신조회 대상 가운데에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공수처의 이른바 ‘황제조사’ 보도를 한 기자, 검찰 개혁에 반대해온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과 회원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고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등을 비판해왔다. 공수처가 이들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통신조회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통신조회를 하게 된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이달 24일 입장문에서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수사상 필요에 의한 적법한 수사 절차”라고 했다. 불법은 아니니 유감 표명만 하고 어물쩍 넘기겠다는 것인가. 공수처가 여론을 존중한다면 수사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통신조회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더욱이 언론·야당 사찰이라는 의혹까지 받아가면서 저인망식 수사를 펼친 것에 반해 공수처의 수사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수사력을 총동원했던 고발 사주 사건은 손준성 검사를 불구속기소하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검찰에 송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한다.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등에 대한 수사도 별 진척이 없다. 이러니 설립한지 1년도 안된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고개를 드는 것이다.

 통신조회 남용은 비단 공수처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건수는 총 548만여 건에 달한다.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통신조회를 할 수 있게 돼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이 조항이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삭제를 권고했고, 2016년에는 참여연대 등이 헌법소원을 냈지만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국회는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나서서 수사기관이 과도한 권한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