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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직 외교관 아마키 나오토 씨 “일본, 임진왜란 당시 코무덤 사죄해야”

日전직 외교관 아마키 나오토 씨 “일본, 임진왜란 당시 코무덤 사죄해야”

Posted September. 10, 2020 07:51,   

Updated September. 10, 20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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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전직 외교관이 임진왜란 때 조선인의 코를 잘라 무덤을 만든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책을 냈다.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73) 전 주레바논 일본 대사는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75)과 함께 ‘기린(麒麟·평화시대를 상징하는 상상 속 동물)이여, 오라’라는 제목의 책을 10일부터 판매한다.

 코무덤의 역사는 4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97년 6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는 왜군들에게 “조선인 코를 베어 바치라”고 명령했다. 왜군들이 조선군과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내몰기 위해 세계 전쟁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방법을 강요한 것이다.

 도요토미의 지시로 그해 7월 이후 왜군의 조선인 코 베기는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왜군 한 사람당 조선인의 코가 세 개씩 할당됐고, 그 코를 큰 통에 넣어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보냈다. 왜군들은 전공을 부풀리기 위해 전사자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민간인들의 코까지 잘랐다. 당시 베어온 코의 개수에 따라 포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토미는 1597년 9월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코를 묻은 뒤 봉분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조선인 12만6000여 명의 코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옆에는 도요토미를 신으로 삼는 도요쿠니(豊國)신사가 위치해 있다.

 도요토미 사후 일본인들은 코무덤(鼻塚)을 귀무덤(耳塚)으로 둔갑시켰다. 잔인한 역사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교토시의 봉분 안내문에도 ‘귀무덤’이라고 적어두고 괄호 안에 코무덤이라 덧붙였다. 한국 학자들이 대마도, 비젠, 후쿠오카 등지에서 귀무덤들을 찾아내고 있지만 아직 전체 실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아마키 전 대사는 9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교토 출신이지만 교토에 그런 코무덤이 있는지 최근까지 몰랐다”며 “일본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지금에라도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일이 협력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 제목과 관련해 “중국에서 평화 시대에만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 ‘기린’을 사용했다. 그런 평화로운 시대가 오길 기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교토 코무덤에서 조선인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도 계획하고 있다.

 아마키 씨는 주레바논 일본 대사로 재직할 때인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에게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쟁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보냈다. 그로 인해 외무성으로부터 ‘퇴직 권고’를 받았다. 결국 그해 퇴직하면서 34년 일본 외교관 생활을 끝냈다. 지금은 외교 평론가, 작가, 정치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쿄=박형준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