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화권 언론과 홍콩 잡지 정밍(爭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금의 총서기제를 대신하는 주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밍은 내년 당 대회 준비조가 지난달 중순 주석제 도입이 포함된 ‘당 업무와 당정 국가기관 부문 개혁 발전에 관한 일부 의견 수렴안’을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수렴안에 따르면 당 중앙위원회에 주석직을 신설하고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위원장과 국무원 총리를 부주석으로 임명한다. 또한 중앙서기처를 중앙위 주석 산하에 두고 일상적인 당 정부 및 군 업무를 관할토록 했다.
이 안이 시행되면 중앙위 주석을 맡을 시 주석이 중앙서기처를 통해 당과 정부, 군을 모두 장악할 수 있다. 중화권 언론은 중앙위 부주석에는 시 주석과 가까운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또 중앙서기처 총서기로는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관례대로라면 시 주석은 2022년 물러나야 한다. 이 때문에 내년 11월 당 대회 이전에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해 차기 국가주석과 차기 총리를 상무위원회에 진입시켜야 한다. 하지만 시 주석이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2022년 이후에도 권좌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복수의 중국 공산당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이 잠재적 후계자들의 승진을 막고 있다”며 “이는 두 번째 임기(5년)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고 지도부와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중국 공산당 한 관계자는 WSJ에 “이 같은 장기 집권 시도는 ‘푸틴 모델’”이라고 말했다. ‘집권 10년 후 퇴임’이라는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장기 집권하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두 달 전인 10월 18차 당 대회 6차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누리지 못했던 ‘핵심’ 칭호를 부여받아 권력 강화를 예고했다.
아울러 공무원에 대한 반(反)부패 사정 작업을 위해 신설한 별도 사정기구인 감찰위원회에 부패 의혹 관리에 대한 신문권과 재산몰수권을 준 것도 시 주석의 집권 공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찰위 권한 강화는 이 기구를 총괄하는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 서기의 권한 강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달 9일 시 주석이 내년 정계 개편 때 정치국 상무위원 수를 현재의 7명에서 줄이고 ‘상무위원은 68세 넘으면 물러난다(七上八下)’는 불문율을 깨고 왕 서기를 유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불문율을 지킨다면 현재 7명의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5명은 물러나야 한다. 시 주석은 5명이 퇴임하면 왕 서기를 포함한 3명만 선임해 상무위원회 내 자신의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SCMP는 분석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