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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절망 쫓는 주문은 가갸거겨였다

Posted May. 02, 2012 07:27,   

日本語

힘들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 있나요. 일어서야지요. 한국말 공부는 우리 모두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어요.

지난해 동일본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일본 오후나토() 시의 가설주택 단지에 모처럼 희망 꽃이 피었다. 인구 4만 명의 오후나토 시는 1800가구의 이재민을 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피난민으로 전락한 이재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하지만 지진 1년 만에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 시작했다. 희망의 씨앗이 된 것은 한국말 배우기다.

이재민들은 지난달 13일부터 격주 금요일 저녁에 만나 2시간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4월 27일 기자가 교실을 찾았을 때 20명의 학생이 두 번째 수업을 하고 있었다. 교실이라고 해봤자 가설상가 2층에 마련된 가건물이었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좁고 열악한 가설주택에 살다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요. 하지만 주민들이 함께 뭔가를 하다보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았어요. 그 뭔가가 한국어가 된 거죠.

한국어공부 모임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우에노 히데아키(61) 씨. 그는 가설주택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이웃이라는 연대감이 희박하다. 대화나 소통이 거의 없다보니 고독사나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지진해일(쓰나미)로 집과 가게를 모두 잃고 가설주택에 살고 있던 나도 상실감을 극복하는 게 우선 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지진 이후 포기하다시피 했던 한국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사람들을 모았다.

문제는 한국어 교사를 찾는 일이었다. 우에노 씨는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 차일드펀드에 부탁했다. 차일드펀드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한국 시민단체 NPO법인 한일문화교류재단에 의뢰해 오후나토 시에 살고 있던 유일한 한국인 윤환식 씨(사진)를 찾아 소개했다. 15년 전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여성과 결혼한 윤 씨는 현재 목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남을 가르쳐 본 적이 없어 망설였지만 이분들의 열정에 감탄했다며 같은 이재민으로서 오히려 내가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말을 배우기로 한 것은 한국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2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에 푹 빠졌다는 50대 여성 시다유코()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한국에서는 한 살이라도 많으면 윗사람으로 공경하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그런 한국을 보면서 한국문화, 한국말이 더 배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연예인 송승헌 씨를 좋아해 별명까지 송 행자로 바꿨다는 오쓰카 사치코() 씨는 한국어를 배우는 날은 모든 불행을 잊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차일드펀드의 후나토 요시카즈() 씨는 한국어교실 개설 소식이 퍼지면서 수업 첫날 10명 남짓이던 신청자가 24명으로 늘었다며 최근 다양한 동호회 모임이 만들어졌지만 한국어교실이 가장 활발하다고 말했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