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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곡물 자급률 25%인 나라의 식량안보

Posted April. 07, 2008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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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 중 30억 명이 주식으로 먹는 쌀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구촌 식량위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같은 쌀 생산국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수출을 제한하자 수입국에선 사재기가 번지고 유혈 폭동까지 일어났다.

한국은 이번 쌀 파동의 영향권 밖에 있지만 전체 곡물 소비량의 4분의 3을 수입하는 나라로서 구경만 할 수는 없다.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옥수수와 대두, 밀의 가격은 지난 1년간 각각 73%, 65%, 100%가 급등했다. 세계적인 쌀 부족 현상이 다른 곡물로 번져 지구촌이 전면적 식량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곡물 가격이 뛴 것은 고도성장국인 중국과 인도의 식량 수요가 급증한 반면, 자연재해에 따른 흉작과 바이오 연료 생산 증가 등으로 공급은 정체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량 수출국들이 자국 내 물가상승을 막고 전략 비축분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중단하면서 품귀 현상이 각국으로 확산됐다. 자국민이 먹을 양식부터 챙기겠다는 수출국들의 식량민족주의를 탓하기도 힘든 것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쌀은 468만 t으로 식용과 가공용을 합한 총수요량(416만3000t)보다 많고, 공공 비축용으로 69만5000t의 재고가 확보돼 있다. 에너지위기와 금융위기 우려로 세계가 불안해하는 터에 쌀 걱정이나마 던 것은 다행이지만 안심만 할 처지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곡물 전체 자급률(2003년 기준)은 2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6위다. 한때 쌀을 수출했던 필리핀이 쌀 수입국으로 전락해 1인당 배급량을 제한하는 지경인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국토가 좁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럴수록 미래를 내다보는 식량안보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쌀 일변도인 곡물재배 구조를 다변화하고 재배여건이 불리해 경작을 포기한 유휴농지를 찾아내 활용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곡물 수입선의 안정적인 관리는 물론이고, 해외 농업 투자를 늘려 현지 농지를 직접 개발하거나 지분을 투자해 유사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