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청 정국운영 비싼 수업료 치러

Posted February. 28, 2008 03:15,   

日本語

위기관리 시스템 전면 쇄신론 부상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은 부실한 인선 및 검증 시스템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대통령에게 흰 도화지는커녕 라면 국물 등이 묻은 쓰레기봉투를 쥐여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격분했다.

장관 인선은 윤한홍 서울시 인사과장 등의 도움을 받아 박영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이 검증을 실무 지휘하고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이 대통령과 결정했다. 인사위원회 등 공식 논의 시스템보다는 보안을 의식해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 농담 삼아 기자들에게 누가 장관 후보냐고 물을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검증 내용에 대한 크로스 체크가 될 확률이 낮았다. 특히 문제가 된 남주홍 박은경 후보자는 정부조직 개편 협상과 이 대통령의 조각 발표 단행 과정에서 뒤늦게 끼어들어 간 경우라서 검증 절차를 덜 거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밀리면 정국 주도권을 놓친다며 한동안 버틴 청와대의 정국 판단 및 위기관리 능력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며칠 전부터 일부 대통령수석비서관은 류 실장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읍참마속()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총선은 고려 안하느냐. 하루 버티면 수도권에서 몇 석씩 날아간다며 결단을 촉구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결국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동의안 처리 지연을 겪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건의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경질을 결정한 것.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인선 기준을 문제 삼기도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도덕성보다 실력이 중요하겠지만 공직 인선만큼은 아직 실용주의가 먹히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민생 카드로 국면 전환 모색

청와대는 이번 연쇄 사퇴 파동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검증 및 정무 시스템 보완 시급이라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이 수업료로도 4월 총선에 미칠 악영향은 제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통합민주당의 문제 제기가 정부조직 개편 협상처럼 새 정부 발목 잡기로 비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보는 여론에 우세하다는 것.

청와대는 결국 이번 파문을 경제 살리기라는 이명박 코드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내 시스템은 신속하게 보완하면서 민생경제 회복을 기치로 내걸면서 대대적인 국면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라면 값을 거론하며 정부의 역량을 민생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의회의 안정이 필요하다며 경제 살리기를 통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간접 시사했다.

청와대 측은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3월부터는 지방을 방문하고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철폐 등 각종 규제완화 프로그램도 4월 총선 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