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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이면 될 일을 5년동안 도대체 뭘 했나

5시간이면 될 일을 5년동안 도대체 뭘 했나

Posted January. 21, 20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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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게 옮긴 전봇대=한전 영암지사 직원 10여 명은 20일 오전 9시경 대불산단 미포사거리에 도착했다.

이들은 대한세라믹스 쪽의 전봇대(16m)를 인도에서 하천 쪽으로 3m 가량 옮기기로 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감전의 위험이 높아 가급적 전봇대 이전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 하지만 한전은 이 당선인의 발언 이후 문제의 전봇대에 관심이 높아지자 작업을 서두르도록 지시했다.

한전 직원들은 주변 업체가 전봇대 이설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무()정전 시스템을 가동한 뒤 전봇대에 올라 전선을 끊었다.

이어 포크레인과 기중기 등 중장비로 전봇대를 들어올려 5시간 만에 모두 옮겼다. 전봇대가 있던 지점은 8차로에서 6차로로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는 곳이다.

대형 선박 블럭을 실은 트레일러는 커브를 돌기 위해서 핸들을 이리저리 꺾고 교통표지판을 피해 역주행까지 하며 곡예운전을 예사로 한다.

작업을 지휘한 위창량(50) 한전 영암지사 전력공급팀 과장은 미포사거리는 대불산단에 있는 전체 40여개 선박블록업체가 대불항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지점이라 서둘러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전 본사의 관계자는 업체의 민원이 제기된데다 중앙부처에서 워낙 관심이 커서 궂은 날씨에도 작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블록제조업체 유일의 유인숙(45여) 대표는 임시방편으로 전봇대 한두 개를 이전하기보다는 모든 차량이 방해물 없이 운행하도록 교차로에서 대불항에 이르는 1km 구간의 전신수와 가로등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처음 전봇대 문제를 제기했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 관계자는 가로등 이설은 지자체와 협의해서 처리할 문제라면서 조만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선인 한마디에 난리법석=다른 한전 직원들은 이날 대불산단 내 업체를 돌면서 운송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추가로 이설 작업이 필요한 곳을 답사했다. 전남도와 영암군 관계자들도 출근해 대책을 논의했다.

19일에는 대불산단의 한국산업단지공단 사무실에서 간담회가 알렸다. 산자부 현장 점검단이 마련한 모임. 입주업체 대표들은 기다렸다는 듯 참았던 불만을 털어놓았다.

중앙분리대 때문에 블록 운송 때 역주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커브를 틀 때는 가로수가 블록 속으로 끼어들어 다시 블록청소를 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나중에 군청에서 나와 가로수를 훼손했다며 벌금을 내라고 할 때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유인숙)

공장 앞 전신주를 철거하기 위해 한전에 신청했더니 3개월이나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동안 지중화()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곳을 작업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김은수 삼육종합강건 대표)

한전 관계자는 공장 앞 전신주나 가로등을 철거하려면 수용자부담 원칙에 따라 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면서 한전의 이설승인을 거쳐 공사를 하려면 자재조달 등으로 다소 시일이 걸리는 것이 사실인데 앞으로는 최대한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간담회에서는 도로 폭 확장, 가로등과 가로수 이전, 중앙분리대 철거 등 공단 내 기반 시설을 전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나왔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대불항의 블록 적치 공간이 턱없이 좁아 전반적인 공단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불산단의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영암군은 도로 정비와 교량 하중보강을 골자로 하는 사업비 2000억 원 규모의 대불국가산단 기반시설 리모델링 방안을 제시했다.

영암군의 서종배 부군수는 당초의 산단 조성계획과 달리 조선기자재 업체가 많이 입주하면서 선박 블록 수송에 필요한 기반시설 구축이 시급해졌다면서 조선클러스터 산단으로서 대불산단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업체별로 요구 사항이 달라 모든 의견을 수용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건의사항을 최대한 잘 정리해 인수위에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