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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U의 힘

Posted January. 15, 200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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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티에보 주한프랑스대사는 지난 해 5월 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1차 협상이 끝난 뒤 한국 기자들에게 이런 푸념을 했다. 협상장 주변에 모인 시위대가 고작 6명인데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그는 한미 FTA 협상 때는 수백 명이 모여 시위를 하더니 EU와의 협상에는 왜 이렇게 (찬성이건 반대건) 관심이 없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협상은 5차까지 진행됐는데 티에보 대사가 그 이유를 찾아냈는지 궁금하다.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도 EU는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EU는 유럽 27개국의 공동체로서 5억 명의 인구와 14조 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다. 인구 3억1천만 명, GDP 13조 달러의 미국보다 규모가 크다. EU의 평균 관세율은 4.2%여서 FTA가 체결될 경우 관세율 3.7%인 미국시장보다 우리에겐 수출여건이 훨씬 유리해진다. 한미 FTA협상에만 신경 쓰느라 EU의 힘을 몰랐다.

지난 해 한국은 EU와의 교역에서 최고의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가 184억5000만 달러로 대중국() 흑자 180억9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에게 EU가 세계에서 가장 수지맞는 시장이 된 것이다. EU와의 교역에서는 흑자가 꾸준히 느는 반면 대중국 흑자는 해마다 20억 달러 정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U를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4번째 시장쯤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EU의 정치적 결속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올 연말에는 사상 최초로 EU 대통령이 선출돼 내년부터 유럽을 대표하게 된다. 올 하반기 EU 의장을 맡게 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역할도 큰 관심사다. 그는 G8(선진7개국+러시아)에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을 가입시켜 G13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사르코지의 구상대로 된다면 우리는 G13에 끼기가 어려워진다. EU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이유다. 친미건 반미건 미국에만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