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50유아교육학) 씨는 지난해 3월 서울 K대 교수가 됐다. 유학을 다녀온 뒤 20여 년간 시간강사로 지내다 가까스로 교수 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여느 교수와 다르다. 연구실을 다른 교수와 같이 쓰고 조교도 배정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년도 보장되지 않는다. 내년에 있을 재임용 심사를 위해 연구실적을 내야 하지만 연구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교수회의에 참석할 수는 있지만 발언권이 없다.
H 씨는 이른바 비정년 트랙(Non-tenure track비정년) 교수다. 고등교육법상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제 전임교원으로 1, 2년마다 재임용돼 최대 6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비정년 교수들은 정규 교수들이 꺼리는 야간수업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교육원 수업은 모두 떠맡는다. 정규 교수의 강의 시간은 주당 69시간이지만 그는 주당 15시간을 수업한다.
비정년 교수들이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대학이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비정년 교수를 크게 늘리고 있어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교수 사회의 연구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의 비정년 교수 현황=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20042006년 전국 195개 대학 신규 교수 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대학의 절반이 넘는 104개교(53.3%)가 2177명의 비정규 교수를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년 교수 채용은 2004년 41개 대학 384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9개교 956명, 올해는 상반기에만 104개대 837명으로 크게 늘었다. 2년 전에 비해 도입 대학은 2.6배, 전체 비정년 교수 수는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재 104개 대학에 근무하는 비정년 교수는 2003년 일부 채용 교수 등을 합치면 2268명이다. 이들의 평균 강의시간은 10.9시간으로 정규직 교수에 비해 많고 평균급여는 79.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기본급 기준으로 실제 연봉은 수당 등을 감안하면 정규직 교수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년 교수 최다 채용은 홍익대=이전에도 일부 대학이 비정년 교수를 소규모로 뽑았지만 2003년 연세대가 비정년 교수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 대학으로 확산됐다.
비정년 교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홍익대로 3년간 168명을 채용했으며 이어 경희대(104명) 연세대(82명), 청주대(74명), 한림대(73명) 등의 순이었다.
신규 채용 교수 가운데 비정년 교수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대신대로 28명 중 18명(64.3%)이었고 이어 아세아연합신학대 40.4%, 목포가톨릭대 37.5%, 서울교대 36.2% 등이었다.
대부분 대학들은 비정년 교수를 1, 2년 단위로 2, 3번만 재계약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이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하는 대학은 64.4%, 교수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한 대학은 58.7%에 불과했다.
왜 늘어나나=비정년 교수 채용은 대학들이 인건비 지출을 줄이면서도 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가 두뇌한국(BK)21사업, 지방혁신역량강화(NURI)사업단 심사 때 전임교원확보율을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자 대학들은 비정년 교수 채용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비정년 교수를 계속 늘릴 경우 신분 불안 등으로 학문 연구에 전념할 수 없어 궁극적으로 대학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수 간의 갈등도 우려된다.
이 의원은 비정년 교수를 편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방안과 정면 배치된다며 교수의 대학 간 이동이 활발하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서 비정년 교수 제도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최창봉 ceric@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