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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짝퉁'

Posted June. 01, 2004 23:12,   

日本語

짝퉁은 가짜 명품()을 일컫는 용어다. 진품 정품 오리지널의 반대 개념으로 최근 국어사전에 속어()로 올랐다. 가짜가 짜가를 거쳐 짝으로 축약된 뒤 품질이 낮다는 의미의 퉁과 결합해 이와 같은 국적불명의 용어가 탄생했다는 설()도 있지만 분명치는 않다. 한국이 홍콩에 이어 짝퉁의 천국이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한 이후의 일. 이제는 카탈로그만 갖다 주면 24시간 안에 짝퉁을 만들어 낼 정도라고 한다.

짝퉁은 페라가모 루이뷔통 구치 등 유럽산 고급의류와 장신구에서부터 푸마 빈폴 나이키 등 미국산 캐주얼웨어와 신발류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짝퉁도 등급이 있고, 제대로 된 A급 짝퉁은 정품의 절반 가격에 해당한다. 명품을 똑같이 복제해내는 짝퉁이 있는가 하면, PUMA라는 브랜드를 PAMA PIMA BIMAN으로, NIKE를 NICE MIKE로, 빈폴을 빈곤으로 패러디한 짝퉁도 있다. 최근에는 나면(라면) 어우동(우동) 양파랑(양파깡) 죠리뽕(죠리퐁) 등 음식과 과자류에도 짝퉁이 번지고 있다.

한국에서 이처럼 짝퉁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부유층이 주로 명품을 구매하지만 한국에서는 보통사람들도 대책 없이 명품을 선호한다. 자신의 분수나 내면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가를 더 중요시해 온 한국인의 사회 심리적 특성 때문이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소르망은 언젠가 이를 가리켜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호모 아파런투스(Homo apparentus겉모습 지향적 인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람도 명품이 있고 짝퉁이 있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짝퉁에 불과한 이가 있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수성가했지만 풍부한 교양과 자기개발로 명품이 된 사람도 있다. 요즘 우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제대로 된 명품보다는 겉만 번지르르한 짝퉁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나라가 물건에 이어 인물마저 짝퉁의 천국이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렵고 걱정되는 일이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