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제2 월남전 조짐" 외국인 출국 러시

Posted October. 28, 2003 22:38,   

日本語

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이 미군뿐 아니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민간구호기관과 미국에 동조하는 이라크인까지 겨냥하면서 이라크 내 치안상황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일어나던 테러행위가 조직적인 게릴라전 형태를 보이기 시작하고, 이라크 외부세력까지 가세하면서 국제기구와 각국 대사관 직원들이 이라크를 떠나기 시작해 미국의 전후 재건사업도 중대 고비를 맞았다. 급격히 나빠진 이라크의 치안상황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계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주둔 외국인 출국 러시=27일 연쇄 테러의 최대 피해자인 ICRC는 28일 35명의 이라크 주재 외국인 직원들을 이라크 밖으로 철수시킬 방침이라고 피에르 가스만 이라크 ICRC 대표단장이 밝혔다. 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와 세계의 의사들 역시 주재 인원을 줄일 예정이다. 이라크에 1100명의 병력을 파견한 네덜란드는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직원 전원을 철수시켰다. 독일 정부도 급수 전문가팀 4명을 철수시킬 계획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구호단체가 빠져 나가면 테러범들이 싸움에서 이기게 된다고 우려했지만 철수행렬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등 미군 고위당국자들도 비공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8일 전했다.

제2의 베트남전 되나=이슬람 신자들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에 맞춰 터진 이번 테러는 1968년 베트남전쟁 당시 구정() 공세를 떠올리게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했다. 베트남 최대 명절인 음력설을 맞아 북베트남이 벌인 대대적 공세는 당시 전세를 역전시켜 미군 철수의 계기가 됐다. 이런 유사성이 미국 내에서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라마단 기간 중에는 과격한 행동을 해도 순교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이 있어 테러공격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7일 경찰서를 공격한 자폭테러범 가운데 1명이 시리아 여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외국용병 세력까지 가담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미 여론 악화, 철수론 고개=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USA투데이와 CNN방송이 2426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처리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로 올해 4월 18%보다 크게 늘었다.미군 일부 또는 전원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응답도 두 달 전 46%에서 57%로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미군 조기철수론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한 전문가는 미국이 내년 11월 대선 전에 이라크를 유엔에 떠넘기고 철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