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삼성전자를 삼성그룹에서 분리시키는 방안을 권유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기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의 권한을 넘어선, 기업 활동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 위원장은 1일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를 독립기업화하고 나머지 계열사는 몇 개씩 나눠 여러 개의 서브(sub)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하나로 이 본부장에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강 위원장이 지주회사 이야기를 꺼내자 이 본부장은 삼성이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려면 15조원이 필요한데 이 같은 거액을 조달할 방법이 없다면서 삼성은 지주회사를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지주회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장사항이다. 다른 형태로라도 현재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면서 다른 방법의 예로 삼성전자 독립기업화를 거론했다.
그는 또 계열사들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느슨하게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방안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남선우() 공정위 공보관은 강 위원장이 4월 4일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삼성전자를 독립기업화하면 다른 계열사가 부실화될 때 동반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명지대 조동근(경제학) 교수는 공정위원장의 직무규정에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에 간섭하라는 조항이 있느냐면서 어떤 지배구조를 선택할지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삼성전자를 독립기업화한다는 발상은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며 외국인 주주가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계열사에 부당한 지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만약 부당한 지원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공정위의 할 일이라며 정치논리에 따라 기업을 마음대로 찢어낼 수도 있다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천광암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