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 정면. 2025.02.03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 왕실의 ‘뿌리’였던 경복궁 선원전의 현판이 약 1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을 지난해 2월 환수했다고 3일 밝혔다. 편액은 방 안이나 문 위에 걸어 놓기 위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 액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선원전은 왕실의 뿌리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소장자 측에 조선 왕실의 문화유산이 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득한 끝에 환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 바탕판. 2025.02.03 국가유산청 제공
환수된 현판은 가로 312cm 세로 140cm 크기로, 옻칠을 해 검은 바탕에 ‘옥의 근원’을 뜻하는 ‘선원’이 금빛으로 쓰였다. 글씨는 조선 후기 이조참판을 지낸 문신 서승보(1814∼1877)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액자 테두리에는 부채, 보자기 등 길상을 뜻하는 ‘칠보(七寶·일곱 가지 보물)’ 문양이 더해졌다. 테두리를 연장한 봉에는 구름무늬를 조각해 격식 높은 현판의 양식을 보여준다.
광고 로드중
경복궁 선원전(璿源殿) 편액 구름 모양 봉 조각. 2025.02.03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 최초의 선원전은 1444년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만들어졌고, 임진왜란 중 화재로 전소됐다. 1868년 경복궁 재건 때 다시 마련됐으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헐렸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의 자리가 경복궁의 선원전 권역이다. 현판에 사용된 안료를 조사한 결과, 의궤에 기록된 편액의 재료와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현판의 존재는 2023년 말 일본 고미술 경매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편액이 반출된 과정은 아직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1910년부터 1916년까지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을 지낸 테라우치 마사타케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전 역사를 다룬 책 ‘아니다 거기 있었다’에서는 데라우치 총독이 편액을 경복궁 일부 건물과 함께 고향으로 가져갔으며, 1942년 폭풍우로 해당 건물이 철거되면서 한 건설업자가 수거했다고 주장한다.
편액 환수 과정은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했다. 실물은 이달 27일 언론에 최초 공개되며, 이후 왕실 관련 유물을 소관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 및 관리할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