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호스를 틀었더니 물줄기 대신 물안개가 나오고, 그마저 곧 끊겼다.”
“산불 대비와 구조작업 예산이 부족하다. 물가 인상 정도에 따라 늘린 게 전부다.”
“화재 예방 계획이 적정한지 평가하는 기준조차 없다.”
폐허로 변한 하와이 마우이섬. 현지 교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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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경고에도 산불 위험성 ‘낮음’ 평가
마우이섬 정책위원회는 2021년 7월 ‘마우이 산불 예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마우이섬 전체가 가뭄이 심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언급과 함께 근래 발생한 대형 산불 사례들이 적시됐다. 이에 따르면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약 2.9㎢)의 6배가 넘는 면적(4600에이커·약 18.62㎢)을 불태운 산불이 났다. 또 2020년 7월과 8월에는 각각 4300에이커(약 17.4㎢)와 1835에이커(약 7.43㎢)가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다.이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정책과 행정을 검토해 대안을 권고하는 민간 자문기구다. 위원회는 마우이섬 당국의 산불 진화 작업 예산을 검토한 뒤 “예산이 부족하다. 산불 대응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우이섬 소방안전국이 발표한 5개년(2021~2025년) 전략 계획에 대해선 “화재 예방을 위해 해야 할 조치가 어떠한 것도 포함돼있지 않다. 화재 예방계획을 평가하는 기준도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5년 내 또 다른 보고서에도 “허리케인과 결합된 화재는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화재에서 허리케인 ‘도라’가 일으킨 바람은 마우이섬의 불길을 부채질 했다.
하지만 하와이 당국은 이 같은 사전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와이주 방재청이 지난해 2월 발간한 종합방재계획에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을 ‘낮음’으로 평가했다. 미 CNN은 “하와이 당국이 산불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불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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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호스 물 안 나와 소방관들 맨몸 구조
AP뉴시스
소방 인력도 크게 부족했다. 하와이소방관협회 바비 리 회장은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 등 3개 주요 섬을 담당하는 상근 소방관이 6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12일 AP통신에 전했다. 그는 “소방차는 13대, 사다리차는 2대에 불과하고 비포장도로용 차량은 전혀 없다. 이는 산불이 인구밀집지역에 도달하기 전에 불길을 잡을 수 없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NYT는 “주민 1418명이 긴급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등 이재민 수천 명이 발생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아닌 자원봉사자들이 조달한 식수, 식료품,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93명이지만 피해 지역의 3%만 수색이 이뤄진 상황이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14일 하와이에 200만 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식수, 식품, 담요 등 구호 물품을 현지 대형 한인마트 등을 통해 하와이 주정부에 전달하고 현지 구호단체에 기여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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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