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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 규탄-철군 촉구’ 유엔결의안, 141개국 찬성 압도적 통과

입력 | 2022-03-04 03:00:00

유엔본부 총회장 대다수 외교관, 투표 결과에 기립 박수하며 환호
러-北-벨라루스-시리아 등 반대…中-인도-이란-이라크 등은 기권
이사국 러 반대 안보리 상정 무산에 유엔사상 11번째 긴급특별총회 열어
법적 구속력 없지만 외교 고립 효과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결의안이 회원국 193개국 중 141개국의 압도적 지지로 채택되자 많은 나라 외교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 치며 환호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촉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이 2일(현지 시간)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이날 투표 결과가 공개되자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 있던 대다수 외교관이 이례적으로 기립해 박수 치며 환호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 등이 박수를 치는 동안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난감해하는 표정이 생중계 중인 유엔TV 카메라에 잡혔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긴급특별총회는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채택했다. 반대표를 던진 건 러시아와 러시아의 침공을 돕고 있는 벨라루스, 그리고 북한, 시리아,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 등 불과 5곳이었다. 중국 인도 이란 이라크 쿠바 등은 기권했다. 한국은 찬성했다. 결의안은 193개 회원국 가운데 투표 참가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141개국 찬성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유엔 총회 규탄 결의안 때 100개국 찬성보다 41개국이 많다. 반대 11개국, 기권 58개국이었다.

한국 등 96개 회원국이 공동 제안한 이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고 “러시아는 즉시, 완전히, 조건 없이 모든 군대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군하라”는 요구를 담았다. 결의안은 “러시아의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며 “위협이나 무력 사용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즉각 중지하고, 다른 회원국에도 향후 불법적인 위협과 무력 사용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 결의안은 지난달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됐지만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유엔 역사상 11번째 긴급 특별총회가 소집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이어진 총회에서는 약 120개국이 발언했고 대다수가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했다. 일부 국가 외교관들은 러시아의 어린이 등 민간인 살상에 분노하는 의미로 어린이용 동물 인형을 들고 오기도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이날 “유엔 회원국이 주권과 영토 보전의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면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방콕 부다페스트 베를린 시드니 케이프타운 서울과 심지어 모스크바에서도 평화를 위한 시위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네벤자 대사는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지역 시민 보호를 위한 특수군사작전”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의 한 행사에서 결의안 표결 결과에 대해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분열시키고 유럽을, 미국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는 누구도 이 나라를 분열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