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북정책 변죽만 울려” 인터뷰에 발끈한 트럼프, 비난 성명 발표 “文, 지도자-협상가로서 약했다”… 靑, 말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론 당혹 싱가포르 합의 논란 다시 불거져… 바이든 대북정책에도 영향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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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평가한 것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놨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와 관련된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향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외국의 전직 대통령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장 도전적인 상황에서 내가 알게 됐던 (그리고 좋아했던) 북한의 김정은은 결코 단 한 번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군사적으로 (미국이 보호하고 있는 많은 국가가 그런 것처럼) 미국을 상대로 갈취할 때 외에는 지도자로서도 협상가로서도 약했다”고 했다. “한국을 향한 (북한의) 공격을 막은 것은 언제나 나였지만 그들에게 불행하게도 나는 더 이상 거기에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명은 문 대통령이 21일 보도된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대북정책을 두고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한 반발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은 거칠고 원색적이었다. 그는 재임 시절에도 반복해서 내놨던 동맹 폄하 발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바보 취급을 받았지만, 나는 그들이 우리가 제공해준 군사 보호와 서비스들에 대해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도록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이 지금 원하는 것은 내가 그들로부터 모아온 돈으로 생활비 1%를 더 높이는 일”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더 이상 한국이 우리(미국)에게 추가로 내기로 약속했던 수십억 달러를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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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공식 반응은 삼갔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2018년부터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가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 운전자론 등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다는 주장이어서 문 대통령이 난처한 입장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계속해서 제기됐던 ‘문재인 정부 불신론’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맺은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라고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해온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성명은 문 대통령의 NYT 인터뷰 내용에 대한 반응이라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라는 문 대통령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것뿐이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킨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