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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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압승을 이끌고 어제 물러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며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회복할 생각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내부에 많다”고 했다. 이어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정권교체를 이룰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뼈를 깎는 체질 개선으로 낡은 이념과 특정 지역에 갇힌 정당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꼰대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얘기였다.
4·7 재·보선은 집권 세력의 오만과 독선,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이었다. 다만 김 위원장 체제의 국민의힘이 1년간 나름대로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경제민주화 등을 강조한 정강정책 수립으로 당의 색깔을 중도보수로 변화시키려 했다. 광주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으며 호남과의 화해를 시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해 사과도 했다. 이 같은 ‘아스팔트 보수’와의 단절 노력들이 중도층과 2030세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게 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김종인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국민의힘이 다시 기득권 보수의 구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벌써부터 영남 전·현직 다선 의원들을 위시한 중진그룹이 당권 도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면면에서 신선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재·보선 승리로 정권교체의 서막이라도 열린 듯 착각하고 경쟁적으로 젯밥에만 눈독을 들였다간 순식간에 민심은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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