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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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연임했다. 산은 역사상 네 번째 연임으로 지난 1994년 이후 26년 만이다. 이 회장은 연임을 축하하는 별도 행사 없이 곧바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은 수장을 처음 맡았던 지난 2017년보다 이 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일찌감치 금융권에선 이 회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은의 업무가 산적해 있는데 수장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이 회장이 기업구조조정 등 현안을 대체로 원활하게 처리하면서 ‘이 회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후임 인사에 대한 하마평도 없었다.
이동걸호(號) 2기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코 코로나19로 위기에 내몰린 기업에 대한 지원 및 구조조정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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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KDB생명 등에 대한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지난 3년간 해결하지 못한 업무는 오롯이 새로운 임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로 산은이 구조조정이나 재활을 추진해야 할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병상을 많이 비워놨다”고 한 이 회장의 말처럼 코로나19발(發) 위기 기업에 대한 치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우선 아시아나항공 매각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악재로 노딜(매각 무산) 종착역에 다다랐다. 오는 11일 노딜을 공식화하고 산은 등 채권단 관리 체제로 편입해 경영 정상화 후 재매각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에는 기안기금 2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역시 이 회장의 중요 역할 중 하나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산은에 꾸렸다. 물론 기간산업 업종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의 상황이 다소 좋아지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만 이뤄지고 있지만, 기안기금 집행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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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국책은행 산은의 새로운 역할 제시도 새로운 임기 중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임기 중 산은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혁신 성장 기업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고 기업 구조조정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맡기는 조직 개편을 했다. 혁신성장금융부문에 벤처금융본부도 설치했다.
또 혁신 성장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자 스타트업 페어인 ‘넥스트 라이즈’를 만들었다. 지난해 처음 열린 ‘넥스트 라이즈’는 유망 스타트업의 투자유치와 대·중견기업 사업협력 확대의 가교역할을 하는 행사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스타트업 육성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 회장의 이런 구상은 코로나19발 기업구조조정 역할의 중요성에 다소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향후 3년 동안 구조조정 업무뿐 아니라 산은의 새로운 역할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1953년생인 이 회장은 진보성향의 금융전문가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하면서 ‘문재인의 경제교사 중 한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하성 주중대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등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정부 시절엔 대통령직인수위원, 금융감독원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연구원 원장과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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