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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유학생의 비자를 제한한다는 지침을 내린 뒤 한국인 유학생의 미국 입국이 실제로 거부된 사례가 발생했다. 17개 주 정부와 200여 개 대학에서 이 지침을 중단하라는 소송에 동참하는 등 유학생 비자 문제가 미국 사회에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시카고선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은 13일(현지시간) 법원에 제출된 문서를 인용해 시카고 드폴대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이 8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입국심사를 맡은 미 연방 직원들은 이 학생이 아직 가을학기 수업과정에 등록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면서, 학생의 수업 계획이 새로운 비자 규정에 부합하는지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이 새 학기에 오프라인 수업을 들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학생의 사례는 드폴대 등 전국 59개 대학이 연대해 미국 연방정부를 제소한 문건에 담겨 있다.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는 6일 올해 가을학기를 100% 온라인 수업으로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기존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일선 공항에서 이 지침이 실제 적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재가동을 위해 대학들에게 오프라인 개학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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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앞서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연방 정부의 새 지침 시행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지금까지 법원에 의견서를 내는 등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법적 대응에 동참한 대학이 미국 내 200여 개에 이른다. 대학들은 올 가을학기에 외국인 유학생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등록금 수입의 감소 등으로 재정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각 주 정부는 온라인 수업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는 가을학기 수업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13일 결정했다. LA는 미국에서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학군으로 70만 명의 학생이 있다. 오스틴 보이트너 LA 교육감은 “우리는 학교가 세균 배양접시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된 뉴욕시는 학교에 따라 일주일에 1~3일 대면 수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