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기강해이 및 원안위 늑장조치 도마위
한빛 원자력발전소 전경. © News1DB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원전 출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폭발로 이어질 위험에 노출되고도 이를 파악조차 못했고, 즉시 원자로 가동을 멈춰야 하는 매뉴얼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출력급증 상황을 보고 받고도 12시간가량 원자로 가동을 멈추지 않아 원전 안전 관리의 미흡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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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봉은 원자로의 출력을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로 원자로에 밀어 넣으면 출력이 낮아지고, 올려 빼내면 출력이 높아지는 구조이다.
제어봉 조작은 출력 완급 조절에 따라 1시간에 최대 3%씩 열출력을 높여야하는데 당시 운전자의 계산과 판단 잘못으로 1분만에 지침서상 제한치(5%)보다 3~4배 넘는 18%까지 치솟게 됐다.
면허자의 직접 운용 또는 감독·지시 하에 제어봉 조작이 이뤄져야 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였다는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했을 경우 매뉴얼대로 즉시 원자로를 정지시켜야 했지만 이 또한 무시됐다. 18%로 치솟은 열출력을 제어봉 삽입으로 2분만에 1%로 감소시켜 이상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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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수원은 한빛발전소장과 발전팀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했다. 사실상 당시 현장 담당자들의 제어봉 등 원자로 설비 운용 실수를 시인한 셈이다.
원전 안전 관리 및 규제를 맡고 있는 정부 기관인 원안위도 당일 오전 보고를 받고 즉시 원자로 가동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원안위는 한수원으로부터 원자로 증기 발생기 수위가 올라가 보조 급수 펌프가 가동됐다는 보고를 오전에 받고 조사팀을 파견했지만 밤 10시까지 원자로 가동 상황을 그대로 뒀다.
조사가 길어져 조치가 늦었다는 게 원안위의 해명이지만 이미 출력 제한치를 초과했던 상황에서 ‘선(先) 중지 후(後) 조사’를 하지 않은 자체가 문제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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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본부 앞에서 광주·전남·전북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빛1호기 제어봉 조작 실패’를 규탄하며 원전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원전은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 열을 쓰는 것이고, 이를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핵분열 반응이 급증하게 되면 폭발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체르노빌 사고도 그런 과정으로 폭발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현재 특별사법경찰을 한빛원전에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원안위 소속 특별사법경찰은 원자력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공무원이다.
과거 원안위가 위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수단은 벌칙이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그쳤지만 2017년 6월 특사경 제도 시행 이후 긴급체포,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등의 수사활동이 가능해졌다.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 1호기는 950MW급 원전으로 지난 1986년 8월 25일 가동된 대표적 노후원전으로 오는 2025년 수명이 종료된다. 지난해 8월 정기점검 이후 올해 5월9일 원안위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