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 매매거래가 급격하게 감소하며 공인중개업계가 ‘기근’을 겪고 있지만 업소수는 되려 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5441명으로 전년말 10만1965명 대비 3.4% 증가했다. 지난 2014년 8만6230명과 비교하면 약 4년만에 22.3% 늘어난 셈이다.
주택 매매 거래량이 2017년 1~11월 87만5448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80만538건으로 8.6%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다. 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 2015년 119만3691건을 정점으로 ▲2016년 105만3069건 ▲2017년 94만7104건에 이어 해마다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업 공인중개사 숫자는 ▲2015년 9만1130명 ▲2016년 9만6117명 ▲2017년 10만1965명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개폐업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신규로 문을 연 중개업소는 1만7945곳으로 문을 닫은 중개업소 1만4382곳 대비 24.8%(3563곳) 더 많다. 지난 2017년에도 신규 업소는 2만458곳인 데 비해 폐업한 곳은 1만4903곳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포화상태인데도 업소 숫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있는 개업 중개사는 2만3906명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2만4739명에서 늘었다. 신규업소는 4373곳, 폐업은 3513곳으로 마찬가지로 신규 개점이 더 많았다.
업계에서는 공인중개업소가 그침없이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배후수요가 많은 반면 일자리 감소로 인해 창업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일부에서는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나타난 ‘한탕주의’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중개사 숫자가 늘고 최근에는 직거래하는 사례도 늘어 업계에 경쟁이 심화됐지만 서울 등 일부지역의 경우 집값도 많이 올라 계약 한 건당 수익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20~30대 젊은층도 자격증 시험에 몰리는 등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유 중 원인중 하나다.
또 장년층의 고용상황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 창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60~64세 고용률은 2017년 정점을 찍고 59.4%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유가 뭐든 간에 업계에서는 거래수요 대비 많은 지금의 개업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주택매매거래가 줄면서 중개업소들의 고난이 장기화되면서 이미 경영난을 겪는 업소들이 많다”면서 “지금 오는 봄 이사철만 바라보며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거래량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문을 닫는 업소들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