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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이슈 ‘美 트럼프 탄핵’, 실제로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는?

입력 | 2018-12-17 10:17: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다.

요즘 미국 언론들은 매일 같이 탄핵 가능성 유무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2년만에 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조직이 수사대상에 올라 사법당국의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스캔틀’ 수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조여가는 분위기이다.

차기 연방하원 법사위원장을 맡을 민주당 제럴드 내들러 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을 우려하는 말을 측근들에게 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미국 민주당은 과연 탄핵을 추진할까. 탄핵 절차를 밟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뮬러 특검의 수사가 무르익어가면서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지난 11월6일 중간선거에서 연방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로써 일단 탄핵을 추진해볼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하원에 국한된 얘기이다. 탄핵 발의안이 상원으로 넘어가 실제로 탄핵으로 이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에 관련된 크나큰 사건과 문제점은 수없이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탄핵 대상에 오른 대통령은 3명에 불과하고, 실제로 탄핵이 성사된 경우는 없었다.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17대)과 빌 클린턴 대통령(42·43대)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37대)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이 탄핵절차를 밟기 전 스스로 사임했다.

◇대통령 탄핵 이렇게 추진

미국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한국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 의회가 양원제이기에 하원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 상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탄핵이 이뤄진다.

또한 부통령제가 있는 점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부통령이 자리를 이어받아 남은 임기를 채운다. 한국에서처럼 대통령 탄핵 후 새로운 선거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뤄내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탄핵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했을 때 추진된다. 미국 수정헌법 2조 4항에 탄핵 대상과 사유가 명시돼 있다. 탄핵 사유는 ‘반역, 뇌물수수 또는 기타 중범죄와 비행(Treason, Bribery, 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이다.

여기에서 애매한 부분이 ‘기타 중범죄와 비행’이다. 이는 대통령의 권력남용과 직무 중 저지르는 비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지만 해석의 여지가 광범위하다.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 할 사안부터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중대한 사안까지 구분하고, 판단을 내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난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될 때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셩추문과 이에 대한 위증 등이 대통령직에서 쫓아낼만큼 중대한 사안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앞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탄핵당하고도 남을 사안이었지만 탄핵에서 자유로웠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레이건 행정부가 적성국가이자 테러집단 후원국인 이란에 미사일을 몰래 팔아 벌어들인 돈의 일부로 니카라과 우익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던 사건이다. 미 정부가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것은 레바논 내의 친(親)이란 과격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이란에 주선을 부탁하는 대가였다.

이 사건은 여러가지 원칙 위반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무기수출 금지 대상국이었음에도 미국은 스스로 원칙을 위반하고 몰래 무기를 팔았다. 테러지원국, 테러범들과 어떠한 흥정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깼다.

또한 레이건 행정부의 콘트라 반군 지원은 의회가 콘트라 반군에 대한 직접,간접적인 모든 지원을 금지한 ‘볼런드 수정법’을 위반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는 사유가 과연 이란-콘트라 사건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지는 앞으로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를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미국의 탄핵 과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원이 고발(탄핵소추)하고, 상원이 재판하는 방식이다.

절차는 하원 법사위에서부터 시작된다. 법사위는 탄핵을 위한 조사를 시작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특별검사가 조사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해 탄핵을 의뢰할 수도 있다.

하원의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성립된다. 하원에서 탄핵이 발의되면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에서의 탄핵 절차는 재판과 마찬가지다. 하원의 법사위원장이 고발인 대표이고, 상원의원 100명은 모두 배심원이 되는 것이다. 재판장은 연방대법원장이 맡는다.

탄핵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심리가 끝나면 표결을 실시한다.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받으면 탄핵이 이뤄진다.

상원은 가부 결정만 내릴 뿐 판결문을 작성하지 않는다. 가부를 결정한 사유도 밝히지 않는다. 상원 표결 결과는 최종적이다. 법원에 취소 청구나 상소를 할 수 없다.

◇연방상원 표결은 고난도 게임

탄핵 의결 정족수는 상원 재적의원(100명)의 3분의 2 이상이다. 최소한 67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 11월6일 중간선거를 통해 재편된 상원의 의석수는 공화 53석, 민주 47석이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볼 때 민주당이 탄핵을 성사시키려면 공화당에서 20명이 동참해줘야 한다.

이런 협조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라고 모두 탄핵에 찬성한다는 보장도 없다.

통상적으로 6년 임기인 상원의원들은 2년 임기인 하원의원에 비해 소속 정당의 방침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 경향이 훨씬 더 짙다. 개인적 소신에 따라 투표할 때가 많다. 상원 표결 결과를 보면 거의 대부분 여야 의석수대로 나오지 않는다.

지난 1999년 2월 상원에서 실시된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표결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위증 혐의에 대한 표결에서 탄핵 찬성 45표, 반대 55였고,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찬성 50표, 반대 50표였다. 찬성표가 의결 정족수 67표에 한참 모자랐던 것은 물론 공화당 의석수(55석)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 상원에서도 클린턴 탄핵에 반대한 의원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당시 공화당은 상원의 다수당이었음에도 표결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상원은 이렇게 독립적인 경우가 많다.

이번에 민주당이 만지작거리는 ‘트럼프 탄핵 카드’ 역시 20년 전 공화당이 주도했던 클린턴 탄핵 때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상원에서 다수당도 아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차기 하원의장은 정치적 이유에서 탄핵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위법을 단죄하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탄핵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탄핵 추진은 정치적 공세를 취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없다. 미국 정치의 현실이 그러하다.


【로스앤젤레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