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대장으로 장비 넣어 수술… 복강경 수술보다 회복 빨라 장기에 상처내 부작용 우려도 국내 연구진 개발한 ‘유연 로봇’, 차세대 ‘무흉터 수술 로봇’ 기대
KAIST 권동수 교수팀이 개발한 수술로봇 케이-플렉스(K-Flex). 사방 어느방향으로든 자유자재로 휘어지므로 단일공 수술, 무흉터 내시경 수술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럼 최신 로봇 수술을 받아보시겠어요? 수술 자국이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몇 년 후면 진료실에서 이런 대화가 오갈지 모른다. 로봇 기술 덕에 ‘무흉터 수술’ 기법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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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일명 ‘배꼽수술’로 불리는 ‘싱글포트(단일공)’ 수술이 인기다. 이것도 복강경 수술의 일종이지만 환자의 배꼽 주위로 수술 구멍을 꼭 하나만 뚫는 점이 다르다. 그 구멍으로 여러 개의 내시경 장비를 집어넣고 치료한다. 수술 후 봉합에 신경을 쓰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특히 여성들이 선호한다.
단일공 수술법도 최근엔 돌파구가 생겼다. 역시 로봇 덕분이다. 신형 다빈치 로봇 ‘SI’ 또는 ‘XI’를 이용하면 쉽게 수술할 수 있어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에는 대부분 보급돼 있다. 다만 수술비는 일반 단일공 수술에 비해 2, 3배로 비싸진다. 30일엔 단일공 수술용 로봇 ‘다빈치 SP’도 국내에 출시됐다.
단일공 수술법을 넘어 수술 자국을 완전히 남기지 않는 방법도 있다. ‘무흉터 내시경(노트) 수술’로 불리며, 겉으로 보기엔 수술 자국이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노트 수술은 식도나 대장으로 내시경 장비를 넣는다. 그 다음 위벽이나 대장 벽에 구멍을 뚫고 췌장이나 간, 담낭, 신장 등을 수술한다. 기관지나 식도를 뚫고 나가면 폐나 심장도 수술할 수 있다. 다른 장기에 새로운 상처를 만드는 격이라 이해득실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수술 자체도 매우 어려워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현재는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노트 수술을 반대하는 의사들은 “췌장을 치료하기 위해 위벽에 상처를 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공격하는 반면, 찬성 측은 “몸 안쪽에서 상처를 내는 것이라 감염 위험이 적고 회복도 훨씬 빠른 장점이 있다”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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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 KAIST 미래의료로봇연구단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몇 개의 연구기관이 수술용 유연 로봇을 개발하고 있지만 K-Flex는 내시경 굵기가 가늘고 힘은 두 배가량 세 실용화 가능성이 크다”면서 “노트 수술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