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특화된 능력 맞는 일자리 정보 제공… 통번역사-외국어 강사로 130명 취업 입소문 나며 재능 가진 여성들 발길
8일 오전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서울 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그렇게 7년을 보낸 푸 씨는 지난해 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다. 그해 12월 취업상담과 면접지도를 받은 뒤 5개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다. 한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중국어 전문 통·번역사가 된 것이다.
휴대전화로 ‘합격’ 문자메시지를 받은 날 푸 씨는 바로 시어머니에게 알렸다. 그는 8일 “시어머니께서 ‘한국 청년도 취업하기 힘든 마당에 어떻게 취업했느냐’며 대견해하셨다. 한국에 정착한 뒤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괴로웠는데 이제는 멋지게 일해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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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결혼이주여성에게 전문적인 취업상담을 해주는 공공기관은 서울에서 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유일하다. 지난해 문을 연 이래 597명이 이곳을 찾아 235명이 취업했다. 이 가운데 130명이 통·번역사나 외국어 강사 자리를 잡았다. 초반에는 중국, 베트남 출신이 주로 찾았으나 입소문을 타고 최근에는 키르기스스탄, 모로코 등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국가 출신 이주여성들이 찾고 있다.
센터에서는 어학 능력과 학력을 갖춘 이주여성에게 맞도록 통·번역사나 관광가이드, 외국어 강사, 육아도우미 프로그램에 집중해 일자리를 발굴하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250개 기업이 센터에 등록돼 있다. 기업이 사람을 찾으면 센터에서는 취업을 희망하는 이주여성의 능력과 원하는 업무 유형에 맞춰 연결해준다. 발성법이나 순차 통역을 위한 기술 등 관광 통역사나 무역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법도 배울 수 있다. 이주여성 전문 취업지도사 2명이 이력서 쓰는 법을 첨삭지도하고 모의면접도 한다.
구 관계자는 “재능이 있는 이주여성들이 육아와 가정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발굴해 한국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워킹맘으로 살아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