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부진 이어 경기침체 전망에 위기극복 위한 고통분담 나서 5월 임협 앞두고 노조 지도부 압박
현대차그룹은 13일 간부급 직원들에게 각 계열사 대표이사 명의로 올해 임금 동결 내용을 전하는 e메일을 발송했다. 해당자는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의 과장·차장·부장급 3만5000여 명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e메일에서 “경기 침체와 판매 부진, 영업이익 하락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추가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임금 동결 배경을 설명하고 간부급 직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 소속 임원 1000여 명은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급여 10%를 자진 삭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임금 동결을 적용한다.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간부급 직원들이 솔선수범하겠다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는 게 현대차 측의 판단이다. 간부 사원들의 추후 성과급 지급 여부는 올해 경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차는 2009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2006년에는 간부급 직원들만 기본금을 동결했다.
간부급 직원의 임금 동결은 5월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지도부에는 압박이 될 수 있다. 2006년 당시 현대차 노조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있기도 전에 회사가 관리자를 동원해 임금 동결을 결의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사전 도발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노조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수출과 내수 판매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은 788만266대로 연초 목표량 813만 대에 24만9734대(3.1%) 못 미쳤다. 지난해 1∼9월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8% 감소했고 판매량도 1.7% 줄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