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 등 체육시설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은 사실과 다르며 현재 공급된 우레탄 트랙은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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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이후 표준미달 트랙은 책임지고 조치”
‘용출법’은 해당 검사 재료에서 접촉이나 섭취 등을 통해 얼마나 많이 유해성분이 배출·흡수되는가를 가려내는 시험방법이다. 하지만 2012년 12월부터 강화된 ‘총함량법’은 해당 검사재료에 중금속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 시험법에서는 그 결과와 차이가 엄청나게 다르게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현행 표준이 되는 총함량법은 옥외 운동장 체육시설 제품에는 맞지 않는 시험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총함량법은 워낙 까다로운 가이드라인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용출 시험방법은 지금도 선진국에서 어린이 놀이시설과 완구, 생활기기 등에 널리 사용된다. 시험법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전국적인 우레탄 트랙 사태는 결국 환경부의 애매한 잣대와 지나친 기준 강화로 인해 불거졌다.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도 문제가 있지만, 섣부른 발표로 논란을 야기하고 소비자 불안만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협회 및 관련업계는 “정부가 KS표준 운용 규정상 ‘시험법’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2012년 12월 이후 조성한 학교 중에서 표준 미달 트랙이 나온다면 협회와 회원사가 책임지고 조치하며 이후 품질개발 등으로 친환경 운동장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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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표면만 교체’ 등 현실적 해결책 모색해야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일선 학교에서도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실제로 일부 학교는 옛 방식인 마사토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흙먼지가 날리는 마사토를 선호하는 것은 언제 어떻게 기준이 또 바뀔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하게 소요되는 예산이 문제다. 납이 초과 검출된 곳을 모두 철거, 교체하려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마사토에 대한 품질 및 안전기준이 없는 상태에 정말 확실한 대안이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 마사토라고해서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과거 다양한 학교 운동장 조성사업을 통해 드러난 사례를 보면 마사토와 천연잔디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도 낮았다. 흙에서 나오는 기생충과 천연 잔디 관리 과정에서 불가피한 살충제 사용 등이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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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협회는 최근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논란을 반박하는 현장 사례를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신답초등학교에 친환경 공법으로 시공한 우레탄 재포설 공사의 시험 결과를 통해서다. 6월 말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시공한 이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트랙에 보수용 우레탄을 도포 후 엠보싱 코팅 처리(오버 레이 공법)를 해 국가 공인 연구기관에 납 성분 검출시험을 의뢰한 결과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 친환경기업 국가공인기관인 FITI시험연구원과 한국화학융합연구원(KTR), (재)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세 곳에서 발표한 ‘우레탄 트랙 납 성분 검출시험 결과 보고’에 따르면 개선작업 후 4대 중금속이 불검출됐다. 특히 이번 시험은 ‘용출법’이 아닌 정부가 강화한 ‘총함량법’으로 실시돼 우레탄 트랙의 유해물질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