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여성들의 나눔 활동 단체인 미래회가 4월 18일, 연중 행사 중 하나인 바자회를 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송중기 등 9명의 스타가 내놓은 애장품 경매.
미래회의 주축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자원봉사자로 나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4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워커힐호텔 비스타홀. 재계의 대표적인 봉사단체인 미래회의 바자가 열린 이곳은 행사가 시작된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행사장 안에 겹겹으로 늘어선 진열대에는 많은 후원자와 기업이 기부한 의류와 가방,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학용품, 도서 등 다양한 물건이 놓여 있었다. 가격도 수천원에서 수백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각종 중고 의류를 5천원 균일가에 파는 판매대였다. 미래회 창립의 주축인 SK그룹 노소영(55)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킨 판매대도 행사 1시간 만에 진열된 물건이 거의 다 팔렸다.
노 관장 자원봉사자로 기부 제품 판매 노 관장은 블라우스와 바지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운동화 판매를 맡았다. 매대를 찾은 방문객 중에는 호기심에 그에게 접근하는 이도 있었고, “정말 만나고 싶었다”며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이도 있었다. 그때마다 노 관장은 조금도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고 기꺼이 응대했다. 옆에 있다 얼떨결에 판매를 도운 기자에게는 떡과 김밥, 생수를 건네기도 했다. 환한 얼굴의 그는 소녀처럼 해맑아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자발적인 봉사활동이더라도 해마다 바자회를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이에 대한 노 관장의 대답은 이렇다.
기증받은 운동화를 열심히 팔고 있는 노소영 관장(왼쪽). 바자회에 참여한 정혜영과 션 부부.
“처음에는 미래회 회원들의 소장품을 바자회에 내놨는데 몇 해를 그렇게 하다 보니 더 내놓을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물품을 후원받아 바자회를 하게 됐죠. 전에는 명품 업체에서도 자사 제품을 많이 기부했는데 요새는 잘 안 해요. 경기가 안 좋으니까 명품 판매도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더라고요. 다행스러운 건 나눔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적극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아진 거예요.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고 행사에 참여한 업체도 1백80군데쯤 돼요.”
바자회에서 팔리지 않은 물품은 미래회 회원들이 직접 사가기도 하고, 연말에 경매에 부치기도 한다. 노 관장은 매년 바자회에 판매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선지 팔릴 물건과 그렇지 않을 물건을 구별해내는 안목이 있었다. 2백50만원의 가격이 매겨진 명품 가방이 한 예. 그는 너무 고가여서 사람들이 구경만 하는 그 가방을 “오늘 안 팔릴 물건”으로 꼽았는데 그 말이 들어맞았다. “저쪽에 가면 싸고 좋은 가방이 많거든요(웃음).”
일일 판매원으로 나선 홍진경.
순수한 봉사 모임인 미래회는 지난해 4월 2일 사단법인 미래회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 덕분에 전에는 없던 사무실이 생겼다.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마련됐다. 초창기에 회장을 지낸 노 관장은 지금은 미래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현재 연회비를 내는 정회원은 20~25명이며 각계각층의 후원자들이 미래회의 자선 활동을 돕고 있다.
이날 바자회에는 배우 정혜영과 가수 션 부부, 개그우먼 이성미, 모델 홍진경 등 연예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지인의 소개로 바자에 참여했다는 정혜영과 션은 “미래회 바자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좋은 물건이 참 많다”면서 “먹을 것과 유기농 제품들을 좀 샀다”고 밝혔다. 한 가방 매대의 판매원으로 나선 홍진경은 “실은 내가 이 가방 회사의 동업자여서 좋은 일에 힘을 보태고 싶어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송중기 애장품이 경매 최고가 기록
배우 송중기가 바자회에 기증한 애장품들. 그밖에 지진희, 오현경, 전인화, 하지원, 정혜영 등 여러 스타들이 자신의 물건을 내놨다.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이상윤 | 디자인 · 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