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요 방송사들이 샌버나디노 총기학살 용의자 부부가 살던 집 내부를 가차 없이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MSNBC, CBS 등 주요 방송사들은 숨진 용의자 사이드 파루크(28)와 타슈핀 말리크(27) 부부가 세 들어 살던 아파트에 집단으로 들어가 경쟁적으로 보도를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거실, 부엌, 침실 등 집안 내부를 샅샅이 뒤지는 장면은 물론, 개인 정보가 담긴 문서, 지인들의 사진, 아기 장난감 등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취재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마친 뒤 집 주인의 허락 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이후 소셜 미디어에는 ‘선을 넘었다’는 비판의 여론이 일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법적 책임은 없지만 관음증에 가까운 보도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인터넷언론 테이크파트는 “이슬람 묵주와 코란 복사본 등을 부각해 보도한 취재진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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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욕실 사진(‘양치질 등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특별한 장소’), 인형놀이를 하는 여아 사진(‘신앙심 없는 디즈니 케릭터들을 훈련시키는 아이’), 거실 사진(‘카바(성스러운 검은 돌)’을 대신하는 검은 벽지) 등 게시물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사회활동가 누어 미어와 사라 A. 하버드 씨는 트위터에서 “이것은 주류 언론의 보도에 대한 조롱”이라며 “무슬림 물건을 클로즈업한 장면에 특히 역겨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설 기자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