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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동서남북]“신불산 케이블카, 울산시-울주군이 나서라”

입력 | 2015-11-11 03:00:00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영남알프스.’ 가지산(해발 1241m)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인 산 7개가 모여 있고 유럽의 알프스만큼 경치가 빼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십만 m²의 능선에 펼쳐진 억새가 장관이어서 가을철 최고의 산악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을 국내 산악 관광 1번지로 만드는 사업이 ‘마운틴 톱(Mountain Top)’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총 5361억 원이 투입된다. 선도 사업으로 하늘 억새길, 작괘천 수변 야영장, 복합 웰컴센터 등 10개가 선정돼 지금까지 1276억 원을 투입해 대부분 완료됐다. 하지만 핵심인 신불산(해발 1209m) 케이블카(로프웨이) 사업은 답보 상태다.

케이블카 사업에 찬성하는 105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51만968명으로부터 찬성 서명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서명지를 울산시와 울주군,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전달하고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가 받은 서명자 수는 ‘KTX 울산역 유치’ 41만 명(2003년), ‘울산 국립대 유치’ 60만 명(2005년),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울산 유치’ 30만 명(2011년), ‘원전해체센터 울산 유치’ 47만 명(2015년) 등 울산의 현안에 찬성한 수와 비슷하거나 많다.

그러나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는 “울산시와 각 구군이 서명에 개입했다”며 서명자 수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울산시와 울주군이 경제성과 환경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2013년 공공개발 사업으로 결정했다. 총사업비 590억 원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따라서 시와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대 단체들을 설득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서명에 참여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하는 게 당당한 자세다.

그러나 울산시와 울주군은 찬성 측 시민사회단체 뒤에 숨은 채 은밀하게 찬성 서명을 유도하려다 반대 단체에 꼬투리를 잡혔다. ‘관권 동원 서명’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되고 말았다. 약 20년 전부터 추진돼 온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찬반 논란에 휩싸여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개통 예정이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남은 절차가 첩첩산중이다.

지금부터라도 사업 주무 기관에서는 “영남알프스 산악 관광의 핵심인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동참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 이만한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사업을 깨끗이 접는 게 낫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