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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출신 검사… 고검장 탈락후 이석기 수사로 ‘뒷심 발휘’

입력 | 2015-10-31 03:00:00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는




30일 대구 출신인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56·사법연수원 16기)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예상대로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부터 김 후보자는 일찌감치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목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올해 6월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에 호남 출신인 김현웅 장관이 임명됐을 때에도 ‘호남 장관-TK(대구 경북) 총장’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한 기수 후배이자 대구고 출신인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부상하면서 ‘김수남 대세론’이 흔들리는 듯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후반 사정(司正) 수사를 진두지휘할 검찰 총수로 김 후보자를 낙점했다. 그가 예정대로 검찰총장에 임명된다면 차기 대통령선거 직전(2017년 12월 1일)까지 검찰 조직을 이끌게 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검찰 총수로 지명된 데에는 무엇보다 2013년 수원지검장 재직 때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성공적으로 지휘하면서 현 정권 핵심부의 신임을 얻은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직접 수사기록을 검토해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죄를 적용하는 법리를 개발해 냈고, 통진당 해산 결정까지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박 대통령의 자문을 받는 검찰 출신 원로그룹도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그가 내년 4월 20대 총선 관리와 임기 말 부정부패 수사 지휘의 적임자라는 의견을 내며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7년 한보그룹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한 특별수사통으로 꼽히며, 정무적 판단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판사에서 검사로 전직했던 그의 행로가 꼭 순탄하지는 않았다. 현정부 임기 첫 해인 2013년 4월 연수원 16기 동기들이 고검장으로 승진할 때 탈락해 선두주자군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부친인 고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수원지검장 시절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계기로 검찰의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정식으로 임명되면 상하 관계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동기가 맡는 상황이 된다. 1985년 김석휘 법무부 장관-서동권 총장(사법고시 8회) 이후 30년 만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지만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웅 장관과 김 후보자 간에 오히려 소통이 원활할 거라는 시각도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2008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휘하의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데리고 있어 호흡을 맞춰 본 사이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국회 청문회에선 고도근시로 병역을 면제받은 부분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TK 독식론’을 들어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김 후보자 외에도 현재 국세청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사정기관 책임자들이 모두 TK 출신이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과는 대구 청구고 동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0일 “역시나 TK라니 정말 실망스럽다”면서 “TK 외에는 검사가 없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가족 관계로는 1997년 8월 미국 연수를 갔을 때 만난 조은숙 씨(49·대학교수)와 늦깎이 결혼을 해 두 딸을 두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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