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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로 美 진출 → kt서 투수, 150km 김재윤 야구인생 2막

입력 | 2015-05-26 05:45:00

사진제공|kt위즈


1군 데뷔 후 4.2이닝 무안타 무4구 무실점 행진

2008년 6월 9일 대한야구협회는 7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제23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대표팀에선 안치홍-김상수-오지환-허경민의 ‘유격수 4총사’가 큰 관심을 받았다. 포지션이 겹쳤지만 워낙 실력이 출중해 4명 모두 선발됐고, 2루수·외야수·투수 등 각기 다른 포지션을 함께 소화하며 결국 대회 우승의 주역이 됐다.

유격수들과 달리 포수는 출발부터 큰 골칫거리였다. 포수 고교랭킹 1위는 경남고 김재민(현 LG)이었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직후 부상을 당해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백업 포수는 고교랭킹 2위로 꼽혔던 개성고 박동원(현 넥센)이 아닌 휘문고 김재윤(현 kt)이었다. 선발 과정에서 의문부호가 뒤따랐던 백업 포수가 교체선수 없이 전 경기를 뛰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김재윤은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결승타를 날리는 등 기대이상의 활약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국내 프로구단들의 시각은 차가웠다. 그 대신 메이저리그 애리조나가 당당한 체격(키 185cm)에 매료돼 러브콜을 보냈고, 그해 10월 양측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김재윤은 마이너리그에서 강력한 송구 능력을 뽐냈지만, 2할 타율에 턱걸이하는 타격 때문에 점차 기회를 잃었고, 2012년 끝내 방출됐다. 귀국 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14년 kt의 특별지명으로 마지막 도전을 시작했다.

포수 육성의 대가가 지휘봉을 잡은 팀이기에 마이너리그를 경험한 김재윤의 성장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kt 조범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그의 강한 어깨에 주목했고, 올 1월 파격적으로 투수 변신을 결정했다. 조 감독은 시즌 초부터 “2군에 비밀병기 투수 한 명이 있다. 빨리 보고 싶다”는 말로 김재윤의 빠른 적응을 바랐다.

초등학교부터 단 한번도 마운드에 오른 적이 없었던 김재윤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펑펑 던지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에서 11경기에서 16.2이닝 동안 삼진 26개를 잡아내자(8볼넷), 조 감독은 전격적으로 그를 1군에 호출했다.

17일 수원 롯데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김재윤은 3명의 타자를 탈삼진 3개로 요리했다. 이후 24일 수원 한화전(0.2이닝 무실점)까지 5경기 4.2이닝 동안 무안타 무4구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탈삼진은 7개. 시속 150km의 묵직한 강속구가 일품이다.

“투수로 프로무대에 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포수였기 때문에 포수를 무조건 믿고 던진다”는 파이어볼러는 “아직도 모든 것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을 건넜다 돌아왔고, 그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18.44m를 오간 선수가 자신의 야구인생 제2막을 새롭게 열기 시작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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