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슨코리아, 소비재 시장 분석
소비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103)는 1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이는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닐슨코리아가 25일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우리나라의 소비재 시장 규모(담배, 일반의약품 제외)는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0.9% 줄어들었다. 올 초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 열풍이 일어난 담배와 일반의약품을 합쳐야 겨우 0.3% 상승, 즉 ‘약보합세’를 유지한 것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독한 불황’ 속에서도 잘 팔리는 물건들이 있다. 바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시는 소주 등 주류와 몸에 좋은 고급 양념류, 히트상품이 시장을 견인한 과자류가 그렇다.
흥미로운 것은 술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숙취해소 음료 시장까지 덩달아 성장했다는 점이다. 숙취해소 음료는 생수와 함께 전년 동기 대비 5.4% 성장했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올리브유나 발효식초 등 프리미엄 양념류의 성장도 도드라졌다. 올리브유와 발효식초, 발사믹 식초는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6.7%, 20.3%, 17.7% 매출이 늘었다. 또 황사나 미세먼지 등 건강 관련 이슈가 두드러진 가운데 변기세정제(15.9%), 구강세정제(10.5%) 등 위생과 관련된 제품들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정 상품이 제품군 자체의 성적을 끌어올린 경우도 있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었던 2014년 하반기 스낵류 시장은 전년 동기에 비해 4.2% 성장했다. 사탕류 시장도 롯데의 ‘말랑카우’ 등 씹어 먹는 캔디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13.7% 늘었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소비자정보학)는 “제품 혁신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닐슨코리아 소매유통조사본부의 조동희 전무는 “올해도 전체 소비재 시장이 2014년 대비 소폭 역신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기업들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적절한 위기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김범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