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제조업체 협업 절실한데… 국내 기업 57% “개념도 몰라”
이 서비스가 적용되는 차량은 도로 상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통신형 내비게이션’, 전방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비상 알람’과 같은 각종 차량용 정보 송수신과 함께 무선인터넷 핫스팟(hot spot·무선 근거리통신망의 기지국)으로도 사용된다. 자동차가 ‘통신기기 겸 기지국’이 되는 것이다. GM은 스마트폰에서 차량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원격으로 시동을 걸 수 있는 서비스 온스타(Onstar)에 가입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AS 공방’에 밀려난 한국 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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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시 직후 사후서비스(AS)를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현대·기아차 측에서 “T카로 인해 유발되는 고장과 사고 발생 시 보증 수리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낸 것. T카를 ‘고객 임의로 교체, 장착한 제품’으로 본 것이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불협화음을 내면서 출시 4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판매량은 영업비밀”이라며 “T카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원격시동류 제품’으로 현대·기아차와 보증 수리 부분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차량용 사물인터넷(IoT)을 두고 미국과 한국 업계에서 나타난 상반된 모습이다. IoT는 사람 대신 사물이 ‘통신 사용자’가 되는 융합 산업으로, 통신기업과 제조사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는 자사 서비스와 요금제를 결합하며 융합을 적극 수용하는 반면 한국은 AS 책임 여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한국 IoT 시장, 외국 기업 ‘눈독’
지난해 2031억 달러(약 209조 원)였던 IoT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1948억 달러(약 1231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통신 강국’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생활가전 제품에 IoT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정도를 제외하면 제조업계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3월 국내 제조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7.3%가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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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2위 이동통신사 ‘보다폰’은 지난해 한국 IoT 시장에 발을 들였다. 보다폰은 세계 자동차 생산 기업 중 58%를 자사 IoT 고객으로 두고 있다. 절반 이상의 자동차 생산기업이 IoT 적용 차량 제작 시 보다폰과 계약해 통신망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헌 보다폰코리아 M2M사업부문 대표는 “지역별 이통사와 협의할 필요 없이 보다폰과 한 번의 계약으로 세계 대부분 지역에 IoT 서비스가 결합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이통사도 보다폰처럼 세계 곳곳의 통신사업자와 로밍 제휴를 맺었지만 보다폰과 같은 IoT 관련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