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철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
수감자, 즉 ‘정치범’들은 인간이 아니다. 개돼지보다도 못한 짐승이고 노예들이다. 필자와 동료들은 매일 ‘정치범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라’는 정신교육을 받았다. 그들이 반항하거나 도주하려 하면 사살해도 좋다는 말도 수시로 들었다. 밭에서 일하는 그들을 철책으로 끌고 가 사살한 뒤 “도주하는 정치범을 잡았다”고 허위보고해 김일성종합대에 간 친구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북한은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에게 ‘반당·반혁명 종파분자’의 죄를 씌워 체포했다. 8년간 수용소 경비대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 북한에서는 가장 무서운 죄다. 그런 무시무시한 죄목을 공개석상에서 받았으니 장성택의 사형은 그 순간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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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PR 제6조 제1항은 ‘모든 인간은 고유한 생명권을 가지며, 이 권리는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사형을 폐지하지 않은 국가에서의 사형은 범죄 당시의 현행법에 의해 ICCPR 및 집단살해 죄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중한 범죄에 대해서만 선고돼야 하고, 권한 있는 법원이 내린 최종 판결에 의해서만 집행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4조 제5항은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사람은 법률에 따라 그 판결 및 형벌에 대해 상급 법원에서 재심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 모두를 무시하고 사법살인을 자행했다. 이것이 북한이다. 인권에 대한 개념도 없을뿐더러 직접 가입한 국제 인권 규약도 스스럼없이 어긴다.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일반 인민들의 인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권리나 인권이 법에 명시돼 있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없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김정은의 인권의식을 똑똑히 확인했다.
탈북자로서 현재 북한 인권에 무관심한 우리나라 국민들과 정치인에게 무척이나 서운하다. 북한인권법이 8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것을 생각하면 울분이 치민다. 대체 얼마나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독재자 김정은 정권에 의해 피를 흘려야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겠는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2004년과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기억하기 바란다. 유엔 또한 지난해 12월 18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함과 동시에 개선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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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철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