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6월 6일. 트래비스 부부의 평온했던 저녁이 악몽으로 변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주한 미군 남편 스티브 트래비스를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뒤 미국 오클라호마 주 털사 시에 정착한 24살의 어린 신부 선 김 트래비스 씨. 그는 이날 아파트 주차장에 잠시 나갔다가 괴한에 의해 납치됐다. 다음 날 그는 상의가 찢기고 속옷이 벗겨진 채 싸늘한 시신으로 인근 도로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머리에는 총상을 입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였다.
시신에서 용의자 두 명의 체액이 검출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사건 해결에 매달리던 털사 경찰서 미제사건수사팀(cold case division)은 증거 보전 차원에서 20년 가까이 보관 중이던 용의자의 체액에 대해 1997년 유전자(DNA) 분석을 해 범인의 신원을 밝혀냈다. 미국에는 살인 사건에 대해 공소 시효가 없는 것도 미제사건수사팀이 끝까지 범인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광고 로드중
오클라호마 주 법무부는 김 트래비스 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뱅크스를 10일 오후 6시(한국 시간 11일 오전 8시) 사형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사형은 체내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이뤄진다.
AP 통신과 현지 언론은 9일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 진범에 대한 사형집행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 [채널A 영상]9세 여아 성폭행-살해 남성, 22년만에 사형 집행
▶ [채널A 영상]“엄마 뱃속으로 다시 넣어주세요”…고종석 사형 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