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檢亂) 파동 속에 한상대 검찰총장이 오늘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9억 원대 뇌물비리 검사, 여성 피의자와의 성 추문 검사 파문으로 조직이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놓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공개적인 항명(抗命)사태까지 벌어진 끝에 내는 사표다. 대검 차장 이하 간부들의 용퇴 요구가 있었고 일선 검사들이 각 지검 단위로 연판장을 돌릴 움직임까지 보였다. 한 총장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만큼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영(令)이 서지 않는 검찰총장을 계속 붙잡고 있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사표를 수리해 총장을 공석으로 놓아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한 총장이 내놓을 자체 개혁안에는 중수부 폐지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재경 중수부장이 반발한 직접적 원인은 최 부장이 9억 원 수뢰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에게 보냈다는 휴대전화 메시지에 대한 대검의 감찰 착수였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이견에서 비롯됐다. 한 총장은 개혁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검찰총장 직속으로 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지만 최 부장은 “한 총장 개인이 살기 위해 조직을 해치려 한다”며 반발했다.
중수부 폐지 논쟁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 총장이 내부 조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안을 밀어붙여 분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한 총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지만 새 정부 출범을 고려할 때 사실상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있다. 강력한 개혁안을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